‘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이하 아키텍트)’이 출시된 지도 이제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대작 게임의 연례 행사인 양대 마켓 매출 1위도 기록했고, 지금도 수많은 유저들이 플레이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온 2’와 더불어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아키텍트. 과연 그 모습은 어떤지 지금부터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자.

- 분명 완전한 ‘오토 게임’ 보다는 힘들다. 하지만 전혀 문제될 것 없다
최근의 게임 시장은 ‘리니지 라이크’ 열풍에 힘입어 게임 자체가 ‘오토’에 상당히 물들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는 PC와 모바일 플랫폼을 모두 사용하는 시스템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결과다. PC에서는 손쉬운 플레이가 모바일에서는 상당히 피곤한 조작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모든 것이 수동으로 진행됐던 MMORPG를 모바일로 플레이 한다면 아마도 100명 중 95명 이상은 그 피로감에 한 시간 이상 플레이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오토 사냥과 자동 이동은 이제 게임에 있어 ‘필수적인’ 상태가 된 지 오래이고, 유저들은 더 손쉬운 플레이를 점점 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아키텍트는 분명 완전한 오토 게임에 비해서 할 일이 더 많다. 기본적으로 자동 이동과 자동 사냥을 지원하지만, 5인 던젼이나 특정 컨텐츠 플레이, 그리고 일부 퀘스트의 수락이나 완료 등은 수동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1인 및 5인 기반 컨텐츠는 모두 수동으로 플레이 해야 한다(단 사냥 자체는 자동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일부 퀘스트에서 벽을 오르거나 하는 등의 입체 조작을 요구하기도 하고, 지역 곳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 상자나 ‘거인의 조각’ 등을 찾기 위해 다채로운 조작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난 출시 전 프리뷰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아키텍트는 순수하게 ‘리니지 라이크’ 스타일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라 일반적인 MMORPG에 리니지 라이크의 BM 요소를 넣은 형태의 작품이다. 그만큼 많은 부분에서 일반적인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보다는 보편적인 MMORPG에 더 가깝다.
실제로 사냥만이 주가 되는 게임들과 다르게 광활하게 펼쳐진 맵 곳곳에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지기도 하고, 맵 또한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 보는 즐거움이 높다.
텅텅 빈 필드가 아닌, 곳곳에 다양한 오브젝트가 꽉꽉 차 있는 게임이며, 절벽에서 물 속으로 빠져 드는 것도, 상당히 높은 구조물에 올라가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스케일의 맵을 보는 것이 이제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솔직히 이렇듯 MMORPG 같은 느낌을 확실하게 주는 게임은 23년에 발매된 ‘쓰론 앤 리버티’ 이후 아키텍트가 처음이다. 반대로 말하면 근래 발매된 게임들 대부분이 리니지 라이크 방식을 따르는 시스템과 밋밋한 월드로 제작되었다는 뜻이기도 한데, 덕분에 플레이를 하는 내내 다양한 즐거움을 느끼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분명 조작이 귀찮은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한 정도의, 그리고 불편함이 쌓이지 않을 만한 수준이다. 심지어 피로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동이나 사냥은 자동으로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내가 게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상당히 즐거웠다.

다채로운 ‘파쿠르’가 필요한 조각 및 보물 상자 모으기는 힘들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과정에 재미를 느끼는 이들을 위한 장치이지, 반드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보상 또한 없다고 해도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현재 많은 게이머들이 기다리고 있는 ‘아이온 2’ 역시 직접적으로 조작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매우 많은 게임이다. 심지어 아키텍트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자동 사냥과 자동 이동을 지원하는 아키텍트조차 할 수 없다면 사실상 리니지 라이크 게임 밖에는 할 것이 없다. 일명 ‘쌀먹’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작이 불편하겠지만 게임은 쌀먹 유저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 할 것은 많다, 하지만……
한정된 테스트가 아닌, 제대로 플레이를 즐기면서 느꼈던 가장 큰 부분은 게임 내에 이것 저것 할 것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정해진 퀘스트를 자동으로 플레이 하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과 달리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고,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를 할 수 있어 만족감이 나쁘지 않았다.

플레이를 보조해 주는 다양한 컨텐츠들
실제로 게임을 시작하고 몇일 간 게임 내의 요소들을 수집하고, 클리어 하는데 온 정신을 쏟았을 정도다. 수집 요소가 많다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아이템 드랍율이 낮은 편은 아니어서 차근차근 사냥터를 옮기며 사냥을 하다 보면 상당 부분 자급 자족도 가능했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성장을 하게 되면 이러한 요소들이 많이 줄어든다는 점은 아쉬웠다. 1인 컨텐츠인 비고와 같은 요소 역시 저레벨에서는 다음 단계를 빨리 빨리 진행할 수 있었지만 레벨 성장이 느려지기 시작하는 30레벨 후반부터는 다음 컨텐츠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늘어난다.
40레벨대 지역부터 서브 퀘스트의 양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던 새로운 컨텐츠의 부재와 더불어 서브 퀘스트까지 없어지면서 40레벨대에 진입하면 메인퀘스트와 사냥 외에는 즐길 만한 컨텐츠가 크게 없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 보니 레벨업 속도도 현저히 느려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순수한 리니지 라이크 식의 게임에 비해서는 낫다. 사실상 오리지널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은 게임 중반 이후로 갈수록 사냥 외에 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30대 중반까지는 무과금 유저들도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37레벨 즈음에 강력한 허들이 존재해 어느 정도 과금을 한 유저가 아니라면 약간의 캐릭터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다고 해도 다음부터는 무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의 벽이 더 높아진다.
심지어 과금 유저와 핵과금 유저와의 차이도 발생한다. 이후 진행되는 메인 퀘스트의 경우 1레벨 마다 하나씩 허들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일부 운이 좋거나 시간 투자를 많이 한 일부의 무과금 유저가 아닌 이상 40레벨 정도를 기준으로 완전히 과금과 무과금 유저의 층이 나뉘는 느낌이다.
덕분에 40레벨 이하 지역의 사냥터는 몹보다 유저가 더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40레벨 이상 지역은 상당히 여유로운 사냥이 가능했다.

아직도 몹보다 유저가 더 많은 40레벨 이하의 사냥터들
다만 이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꾸준히 사냥을 하며 다양한 컨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시간이 약간 더 걸릴 뿐이지 도달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을 즐겨 온 상황에서 언급한다면 리니지 라이크로 대변되는 게임들은 무과금 유저들이 가지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했고 말이다.
반면 아키텍트는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그 과정을 극복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짧다. 심지어 제작사에서 다채로운 아이템들을 제공하면서 그 과정이 더더욱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금 자체도 다른 게임에 비해 상당히 라이트하다. 여기에 ‘이례적으로’ 이벤트 형식으로 뽑기의 ‘천장 시스템’에 카운팅이 되는 소환 티켓을 수십 장 제공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하면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쌍영웅을 뽑기 위한 금액도 매우 줄어든다. 실제로 현재 13~15만원 정도의 금액이면 쌍영웅 세팅이 가능하다.
심지어 아키텍트의 천장 시스템은 영웅급 코스츔 등을 획득하기 위해 100회 뽑기라는 목표량이 있지만 81회부터 획득률이 급속도로 상승해 90번 정도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참고로 기자의 경우는 84번째 뽑기에 코스츔, 87번째에 무기 외형을 획득했다.

81회째부터 획득률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아키텍트의 뽑기 시스템
- 종합적으로는 만족스럽다
아키텍트는 분명 어느 정도 개인의 직접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게임이다. 하지만 현재 45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워 본 입장에서 과하게 불편하거나 레벨업이 귀찮다고 생각되는 느낌은 없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완전 자동 형태의 양산형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 비한다면 할 것이 적지 않지만 이것이 정도를 벗어난 느낌은 아니었다.
자동 사냥과 자동 전투, 심지어 오프라인 모드까지 준비되어 있기에 성장이 불편한 느낌도 아니다. 심지어 일반적인 MMORPG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진 배경을 감상한다거나 다양한 컨텐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사냥터의 수용 인원이 포화 수준이라는 문제는 어느 정도 조치가 필요할 듯싶다. 인기 사냥터에 인원이 몰리는 것이 아니다. 상위 사냥터 외에는 모두 엄청난 인원들이 몰려 있다.
그만큼 적지 않은 유저들이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겠지만 몹의 리젠 지역을 늘리거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해 보인다. 보다 적극적으로 작업장 캐릭터들을 걸러 내는 작업 역시 필요해 보이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키텍트는 플레이를 하는 즐거움이 상당한 게임이다. 물론 리니지 라이크 식의, 방치형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이 마저도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부분도 많고, 즐길거리도 많은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