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출시되어 메타크리틱 91점을 기록해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불리던 스플릿 픽션을 꺾은 복병이 나타났다. 4월 10일 로우 퓨리가 배급하고 도구밤이 개발해 출시한 '블루 프린스'가 그 주인공이다.
블루 프린스는 여명이 밝아올 때마다 새로운 수수께끼가 드러나는 홀리 산의 저택을 배경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전략 퍼즐 어드벤처 경험을 선사하는 신작이다. 플레이어는 사이먼 P. 존스가 되어 저택에서 매번 움직이는 복도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방들을 통과하며 허버트 S. 싱클레어의 유언장에 언급된 46번 방을 찾아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운을 시험할 로그라이크적 요소들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 게임은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한편 블루 프린스는 현재 메타크리틱 스코어 93점으로 올해 출시된 게임 중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 하루 안에 숨겨진 46번 방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레딩턴의 홀리 산에 있는 저택에 거주하던 허버트 S. 싱클레어가 지금껏 작성한 유언장과 문서들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문서를 통해 조카 메리 매튜의 아들인 종손 사이먼 P. 존스에게 홀리산 근처에 있는 집과 땅에 대한 모든 권리와 관심사를 증여하겠다고 선언하며 대신 조건부로 사이먼이 46번 째 방의 위치를 발견해야 하며, 방의 위치는 저택의 모든 직원과 하인들에게도 비밀로 유지되어 사이먼은 저택 내의 단서들을 발견하며 이 46번 째 방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블루 프린스의 기본 목적은 매일 구조가 변화하는 저택의 방들 사이에서 플레이어가 다음 방의 유형을 설계하고 나아가 처음부터 언급된 46번 째 방에 입성하는 것이다. 개발사는 퍼즐과 어드벤처, 거기에 로그라이크 요소를 섞어 독특한 방식의 게임플레이 시스템을 설계해냈다. 플레이어에게는 기본적으로 하루에 50회의 걸음 수가 주어지며, 이 걸음 수는 방이나 구역을 넘어가면 1개씩 차감된다. 이 걸음 수가 모두 떨어지기 전에 46번 방에 입성해야 하며 방의 문을 열 때 세 개의 무작위 청사진 중 하나를 선택해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이 청사진으로 설계되는 방은 플레이어에게 이로운 효과를 주거나, 반대로 불리한 효과를 가지기도 한다. 또, 게임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도 존재한다. 문제는 모든 방이 항상 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처음 시작하는 방에서 우측으로 진행할 때 정면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 구조와 그냥 막다른 길이 되는 방의 구조가 나타나기도 하며, 더는 갈 길이 없는데도 다음으로 나아갈 문을 만들어주지 않는 선택지만 나올 수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되어 더는 46번 방을 향해 나아갈 수 없게 되면 직접 하루의 시간을 경과시키고 모든 것을 초기화 해야 한다.
날짜에 제한은 없지만 이 무작위 방 선택 구조가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방을 열면 아이템, 열쇠, 보석, 돈 등이 무작위로 설정되어 있으며 다음 방으로 가는 문도 무작위로 잠기지 않은 일반 문, 잠긴 문, 카드키를 삽입해야 지나갈 수 있는 문 등이 존재한다. 또, 각 방의 테두리에 표시된 색이 존재하는데 이들 중 빨간 테두리의 레드 룸은 주로 플레이어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백트래킹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나아갈 길이 막혔을 때 다른 방법이 남아있다면 결국 지금까진 손해였던 차선책을 위해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방들 중 일부는 다시 그 방이 선택지에 나타나 건드리기 전까지 기존의 상태가 유지되는 케이스도 있다. 이런 방들을 통해 플레이어는 46번 방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재화로 구매하거나 교환하는 방도 있다
■ 퍼즐과 단서가 주 재미
조금 와전되어 블루 프린스가 퍼즐만으로 가득 채워진 게임이라고 아는 게이머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퍼즐이 완전히 메인에 선다기보다는 아예 퍼즐용 방이 따로 존재하고, 퍼즐의 비중이 매우 높지는 않은 편이다. 물론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저택이나 플레이어가 갈 수 있는 곳곳에 흩뿌려진 단서들을 직접 발견해내고 이 저택이나 지역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파악해나가는 것이 블루 프린스를 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다.
먼저 퍼즐은 가장 처음부터 볼 수 있는 방의 유형으로 우리가 익히 아는 논리 퀴즈, 혹은 거짓말쟁이 추리 퀴즈 같은 방식이 하나, 다트와 관련된 퍼즐이 하나 존재한다. 이들은 특정 방을 설치했을 때 만날 수 있는 퍼즐로 논리 퀴즈의 경우는 특수한 방들을 만들 때 필요한 보석을 제공하고, 다트 퀴즈는 카드 키나 특별한 은색 열쇠, 열쇠 등을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다. 두 퍼즐의 차이라면 논리 퀴즈는 방에 있는 전용 열쇠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지고, 다트 퀴즈는 여러 번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보일러실의 장치 가동이나 특정 방에서 시도해야 하는 기계 조작 등 곳곳에서 소소한 퍼즐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A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B는 사실만을 말해' 같은 그 퀴즈다
다만 이런 퍼즐을 풀고, 보상들을 획득하며 46번 방을 향해 나아갈 때 항상 주변에 있는 것들을 눈에 잘 담아두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게임에는 눈에 보이는 퍼즐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숨겨져있으며, 언제 이런 것들이 필요하게 될 지 모른다. 특히,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퍼즐의 보상이나 방에 놓인 편지, 쪽지 외에도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탐사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나 특정 아이템을 활용해 응용할 수 있는 부분, 특정 방에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의 조합 등으로 블루 프린스의 세계가 더욱 확장된다.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이나 번역이 지원되지 않는 상태이므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요즘은 번역기 앱이나 ChatGPT 등의 AI를 통한 번역도 성능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 이런 식으로도 게임의 이야기를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다. 게임에 사용되는 영어들은 그리 어려운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들이면 되기는 하나, 때때로 필기체 문서들이 등장하면 좀 곤란할 수 있다. 이럴 때 ChatGPT에 필기체 문서 스크린샷을 입력하면 깔끔하게 번역과 설명을 확인할 수 있으니 적절히 활용하면 진행에 도움이 될 것.
이건 아이템 활용례다
이런 필기체 문서는 좀 읽기 귀찮은 편
■ 깊은 맛의 사골 같은 작품
블루 프린스는 서양 게이머, 특히 영미권의 게이머 관점에서 플레이하면 200%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한국어 자막이나 번역을 선뜻 지원해주지 않는가를 플레이해보면 알 수 있는데, 일부 단서를 추측할 때 토종 한국인이라면 쉬이 유추할 수 없을만한 그쪽 문화권에 특화된 단서들이 드물게 존재하기 때문. 또, 굳이 문화 관련이 아니더라도 영어가 1언어라면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로 연상할 수 없는 유형의 힌트도 있다. 워낙 재미있는 작품이다 보니 마음 같아선 난해한 부분만 제외하고 우선 다른 부분들은 번역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서양적인 감성에 입각한 게임이기에 덜 와닿는 부분도 있지만, 블루 프린스는 끓일 수록 진한 맛을 내는 사골처럼 플레이할수록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며 즐거움과 흥미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단순히 1차적 엔딩인 46번 방으로 가는 과정과 도달했을 때의 재미와 성취감도 좋은 편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나 추리, 그리고 이를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훨씬 크다. 또, 지금도 새롭게 밝혀지는 요소들이 존재해 퍼즐과 추리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는 당분간 푹 빠질만한 작품이다.
진행하기 위한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제목인 블루 프린스가 게임의 진행 방식인 청사진(블루 프린트)를 연상케 하는 것처럼 언어 유희 요소나 추리, 퍼즐과 로그라이크를 섞는 독특한 방식은 신선했고, 적지만 도움이 되는 영구 반영 요소도 존재하나 로그라이크 특유의 운 요소가 작용하는 부분에서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필요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이미 가는 방법 또는 정답을 아는데도 방과 아이템이 나오지 않거나, 더는 나아갈 길이 없는 구조의 방으로 모든 경로가 막혀 다음 날로 넘어갈 때는 확실히 '운' 요소에 큰 영향을 받는 기분이라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진득하게 추리하면서 이런 난관들을 거쳐 비로소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 얻는 성취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블루 프린스는 올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어떻게든 방을 이을 때가 있는 가 하면 아래 두 줄에서 막히는 경우도
사이먼은 저택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까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