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내부 전쟁'의 두 번째 시즌을 업데이트하면서 새로운 지역과 컨텐츠들을 선보였다.
고블린들의 도시, 언더마인의 길거리를 맹렬하게 질주하던 아제로스의 용사들은 시즌 업데이트가 진행됨에 따라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는 고블린 무역왕 갤리윅스와 결판을 낼 수 있게 됐다. 여덟 명의 우두머리가 등장하는 새로운 공격대 컨텐츠 언더마인 해방전선이 일반, 영웅, 신화, 공격대 찾기 등이 개방되었으며 13일 기준 공격대 찾기 두 번째 지구와 함께 대장정의 결말을 볼 수 있도록 이야기 모드가 추가됐다. 순차적으로 세 번째와 네 번째 공격대 찾기 지구도 각각 오는 20일, 27일에 개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신규 던전인 작전명:수문, 언더마인의 공개와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된 언더마인 전용 탈것 G-99 광폭질주차나 신규 구렁 추가 등이 이루어졌다. 시즌2에 앞서 먼저 개방된 언더마인 대장정 초반부터 13일 개방된 이야기 모드까지 쭉 진행해봤다.
■ 언더마인에서 생긴 일
고블린과 노움이라 하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만날 수 있는 종족들 중에서도 유쾌한 수전노, 괴짜의 이미지가 강한 종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내부전쟁 시즌2 메인 스토리를 다루는 대장정 컨텐츠는 그 고블린들의 정신적 고향이자 수도의 역할을 하는 언더마인을 무대로 한다. 갤리윅스와 4대 무역왕들이 모인 자리를 다루는 영상을 통해 과거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던 고블린들의 수장 재스터 갤리윅스의 폭정을 비추고, 호드와 얼라이언스 유저들에게 각각 친숙한 근본 캐릭터 몬테 가즈로, 칼잡이 렌직을 중심 인물로 내세워 대장정을 풀어나간다.
이야기의 구조가 꽤 정석적이면서도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감정선과 사건의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느낌을 준다. 당장 시즌 개막 직전 오픈된 대장정 초반부는 내부전쟁 시즌1에서도 잠시 플레이어와 이해가 일치해 검은 피 조사에 동행한 오르웨냐, 언더마인을 탐탁지 않게 여겨 돌아가길 꺼리는 몬테 가즈로, SI:7에서 활동하지만 언더마인을 각별히 생각하며 가즈로를 설득하는 칼잡이 렌직 세 사람과 함께 울리는 심연에 생긴 새로운 구멍을 조사하며 발생하는 일들이 주를 이룬다. 이를 통해 갤리윅스가 뭔가 꾸미고 있다는 사실, 언더마인의 4대 세력이 받고 있는 압제 등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언더마인 입성 이후에는 기존 4대 고블린 무역회사 스팀휘들, 빌지워터, 블랙워터, 투자개발회사 등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나 그들 중 갤리윅스에게 붙어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끝까지 언더마인의 문제에 관여하길 꺼리는 가즈로를 설득하는 렌직의 모습 등을 보여주고, 이어지는 대장정 스토리에서는 가즈로를 비롯한 언더마인의 고블린들이 갤리윅스에게 맞서기로 결심하는 이유를 만들어낸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꽤 전형적이면서도 플레이어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갤리윅스가 잘아타스로부터 검은 심장의 수리를 맡고 있는데다, 에테리얼이 언더마인에 등장하기도 하는 대장정의 중후반부에서는 이쪽 세력과 깊게 연관이 있는 알레리아 윈드러너도 추가로 등장하나 오르웨냐와 함께 언더마인 대장정에서는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거의 온전하게 고블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런 부분은 시즌의 주 무대와 이야기에 잘 어울렸다는 감상을 안겨준다. 좀 아쉬운 것은 대장정에서의 비중이 높은 칼잡이 렌직에게 성우가 배정되지 않아서 주요 인물임에도 가즈로나 그리믈라, 알레리아, 노겐포저 등만 목소리가 나와 어색했다는 부분.
대장정 외에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이나 스토리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흥미로울만한 언더마인 퀘스트들이 제법 있었다. 존윅의 호텔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는 인컨티넨탈 호텔을 중심으로 둥글게 구현된 도시 언더마인 곳곳의 퀘스트를 하다 보면 고블린 '전통' 결혼식 연속 퀘스트를 통해 하객 초청부터 훼방꾼들이 밀려드는 것을 방해하는 왁자지껄한 결혼을 감상할 수도 있고, 각박한 세입자와 악덕 부동산 주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감사의 뜻으로 방을 받을 수 있는 퀘스트 등 언더마인에서 고블린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는 퀘스트와 전역 퀘스트들이 준비되어 있다. 여담으로, 언급한 퀘스트가 방을 주는 퀘스트기는 하지만 스토리상으로나 그렇고 직접 꾸밀 수 있는 나만의 집은 한밤 확장팩이 출시될 때나 만나볼 수 있다.
■ 언더마인을 누비는 나만의 질주차
언더마인과 관련해 눈길을 모았던 요소 중 하나는 여기서만 이용 가능한 전용 차량 G-99 광폭질주차다. 플레이어는 언더마인 입성 후 금방 무료로 G-99 광폭질주차를 습득 가능한 퀘스트를 받게 되며, 이를 통해 각 파츠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한 언더마인 전용 탈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커스터마이즈의 가짓수가 용조련술처럼 많지는 않지만 언더마인 전용 지상 용조련술의 느낌을 주는 시스템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타고 드리프트도, 부스터 사용 시에는 물 위를 달릴 수도 있다는 것.
질주차는 처음 조작하면 적응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언더마인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게 넓지는 않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건물들이 밀집된 환경이다보니,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인 G-99 광폭질주차를 처음 몰아볼 때는 여기저기 들이받을 가능성이 좀 있다. 다행히도 어디 들이받는다고 내려지거나 차가 고장나지는 않는다. 적의 인식 범위도 상당히 넉넉해져서 차에 타고 있는 동안은 사실상 공격을 잘 받지 않으며 낙하 피해 정도만 받는다. 기본 조작 기준으로 정면 키를 누른 상태로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평소 지상 탈것과 마찬가지로 점프가 되지만 좌우의 방향을 누른 상태로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드리프트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부스터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들처럼 이 드리프트 방식으로 게이지를 충전하거나 언더마인의 길에 많이 비치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해 충전할 수 있다.
G-99 광폭질주차의 추가와 함께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특정 버튼을 눌러 시작할 수 있는 짧은 임무도 존재한다. 이는 마치 GTA 시리즈의 차량 미션과 비슷한 감성으로, 플레이어는 언제든 광폭질주차에 타고 해당 컨텐츠를 시작해 목적지로 이동한 뒤 목표를 달성하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구조다. 언더마인에서는 아예 주기적으로 이 컨텐츠와 관련된 이벤트도 개최되며 주간 보상 퀘스트도 이 컨텐츠를 통해 습득 가능하다.
질주차와 관련해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언더마인이 질주차를 품기에는 너무 작은 편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확장팩 용군단의 주요 컨텐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던 용조련술 대비 커스터마이즈 요소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부분도 약간 아쉬움을 남긴다. 그 외 속도감이나 드리프트 조작 등은 상당히 시원시원해서 즐거움을 선사한다.
커스터마이즈 요소
운송 및 취급소 컨텐츠를 진행하다보면 볼 수 있는 고블린 법정휴식시간 '30초'
■ 신규 구렁과 던전, 이야기 모드
내부 전쟁의 새로운 PvE 컨텐츠 구렁도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구렁 던전이 총 3종 추가됐다. 이들 중 1종은 첫 시즌의 제크비르 구렁처럼 구렁 엔드컨텐츠로 활용되며, 플레이어가 바로 입장할 수 있는 신규 구렁 2종은 울리는 심연과 언더마인 지역에 각각 1종씩 준비되어 있다.
먼저 언더마인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울리는 심연의 신규 구렁 채굴지 9호는 티탄 유적지의 발굴품과 함께 검은 피를 채굴하는 장소 답게 고대신 세력과 비슷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아즈카헤트 지역의 남부에 위치한 광기 어린 심연과 비슷한 모습으로 맵이 만들어졌고,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한 가지는 실종된 고블린 인부들을 찾으면서 고대 신 병력을 쓰러뜨린 뒤 최종적으로 무수한 젤라네크를 처치하는 내용이다. 언더마인에서 진입 가능한 신규 구렁 옆길 수문은 언더마인의 지하에서 청부업자, 로봇 등을 쓰러뜨리며 다크퓨즈를 방해하는 시나리오를 비롯해 몇 가지 퀘스트가 준비되어 있다. 이쪽은 고블린 세력을 상대하며 최종적으로 황금 정령 등의 보스가 등장한다.
옆길 수문
채굴지 9호
완전히 새롭게 추가된 던전은 작전명:수문이 있다. 작전명:수문은 두 번째 시즌 쐐기돌 던전에도 포함되며, 총 4종의 보스가 등장한다. 세 번째 네임드 보스까지는 기존 시즌의 전역 퀘스트 장소로도 익숙한 울리는 심연의 수력작업장 주변을 돌면서 진행되고, 세 번째 네임드 보스 늪지면상을 처치한 뒤에는 문을 통해 내부에 존재하는 기즐 기가잽을 처치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글로벌 신화 쐐기돌 난이도로 올라가는 경우 시즌 초 힐러 지옥이 펼쳐지기도 하는 던전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여담으로, 과거 넬쥴 등과 달리 이번 시즌에 등장하는 대장정 관련 악역들은 최후가 던전으로 넘어가지 않고 모두 대장정 퀘스트 내에서 마무리 된다.
매주 하나의 지구가 열리는 공격대 찾기를 통해서도 대장정 마지막 단계인 공격대 최종보스 처치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지만, 내부전쟁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빨리 결말을 볼 수 있는 이야기 모드가 생겼다. 당 시즌 공격대 최종보스를 쓰러뜨려야 마지막 내용을 볼 수 있는 퀘스트만을 완수할 목적이라면 13일부터는 인컨티넨탈 호텔의 NPC에게 말을 걸어 크롬왕 갤리윅스 이야기 모드에 진입할 수 있다. 이 컨텐츠의 경우 혼자서 각 인스턴스 던전을 돌아볼 수 있는 모드와 마찬가지로 대장 개릭을 비롯한 NPC들이 최대 10명의 정원을 채워준다. 난이도 또한 이야기 모드 답게 아예 공략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로도 바닥만 잘 피하면 쉽게 처치하고 대장정의 결말을 감상할 수 있다.
작전명:수문
크롬왕 갤리윅스 이야기 모드
■ 컴팩트하고 집중력 높은 시즌
PvE 상위 컨텐츠인 신화 쐐기돌 던전이나 공격대 신화 난이도, 그리고 풀이 많이 좁기는 하지만 PvP를 깊이 즐기는 경우는 또 감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언더마인과 함께 추가된 내부전쟁의 두 번째 시즌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감이 높은 첫인상을 남겨줬다. 특히 스토리와 퀘스트, 던전 및 공격대 찾기 정도만을 즐기는 유형의 플레이어라면 고블린이라는 세력과 갤리윅스, 4대 무역왕 등에 확실하게 집중한 대장정 및 퀘스트 라인은 상당한 몰입도를 선보인다.
언더마인의 생활상과 갤리윅스 지배 하의 분위기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언더마인 필드 및 공격대 BGM은 마치 옛날의 미국 범죄 누아르 미디어의 느낌을 주며 굉장히 훌륭하게 어우러지고, 대장정에서는 고블린들의 이야기를 끝맺음하면서 그 과정과 결말에 여전히 기존 큰 줄기의 메인 스토리와 맞닿은 요소들을 놓지 않았다. 검은 심장은 잘아타스가 아닌 에테리얼의 손에 넘어갔고, 검은 피 조사는 진전이 있었지만 오르웨냐의 추적은 다시 다음 시즌이나 확장팩 한밤 시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대장정 후일담 또한 여운을 남겨준다.
단순한 퀘스트들도 고블린이라는 종족에 어울리게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고블린식 결혼식이나 재판과 엮인 퀘스트, 갤리윅스 몰락 이후에도 사사건건 방해였던 플레이어와 새로운 거래를 형성하는 세력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이 담겨 예상 이상으로 즐겁게 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가즈로나 갤리윅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고블린 종족에 대해 애착이 있다면 넘길 수 없는 확장팩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