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작 온라인 PC 게임이 자취를 감춘 건 그 누구라고 해도 쉽게 알 수 있을 만한 사실이다. 근 몇 년간을 예로 들어도 대작으로는 ‘아키에이지’와 ‘검은사막’ 정도를 제외하면 명맥을 유지하는 게임이 없고 출시 역시 저 두 작품 이후로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꾸준히 발매되었던 캐주얼 온라인 게임들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 자리를 모바일 게임이 채우고 있다.
특히나 대형 제작사들이 기존 게임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리메이크작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모바일 시장에서도 ‘진정한’ 신작 게임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7년여의 세월에 걸쳐 탄생한 ‘로스트아크’의 정식 서비스 시작은 분명 온라인 게임에 목마른 게이머들과 어느덧 리메이크 천지가 되어 버린 모바일 게임 시장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서비스 당일부터 근래 발매된 온라인 게임 중 가장 높은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하더니 발매 후 첫 주차에서 3위, 그리고 11월 3주차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인기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만큼 게이머들의 갈증도 컸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로스트아크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두 게임의 유저 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뜻이라 할 수 있는데, 리니지나 아이온 등과 달리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젊은 층의 플레이가 많은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근래 발매된 다른 MMORPG와 다르게 젊은 층이 주로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흥행이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인 셈이다.
저녁이 되면 수많은 대기열이 생성되고 있다
■ 아직 안정화는 불완전한 느낌…
이처럼 지표상으로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게임의 안정성은 사실 조금 불안한 수준이다. 서비스 시작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버그들만 A4용지 12장 분량의 무지막지한 수준이며, 현재 이 중 절반 이상이 아직도 수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지속적인 점검과 임시 점검으로 원활한 플레이가 쉽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잦은 점검은 다수의 사용자가 몰리는 게임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는 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알려진 버그들(12페이지 분량의)을 피하고 임시 점검, 서버 다운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런대로 게임 플레이를 하기에 애로 사항은 없다는 것이다. 근래(발매된 지 3년 이상 지난 온라인 게임들이 근래라는 표현을 듣게 될 줄이야…) 발매된 검은사막과 같은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지포스 1060 정도면 풀 옵션으로 플레이해도 성능이 남아돈다) 그럼에도 비주얼 퀄리티가 나쁘지 않다.
물론 캐릭터를 완전히 당겨서 세부적으로 살펴본다면 디테일에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게임 하는데 비주얼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적절히 잘 맞추어 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 최강의 비주얼은 아니다.
이는 사실 최근의 온라인 PC 게임의 상황 때문이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검은사막에서 비주얼에 정점을 찍은 이후로 3년간 이를 넘어서는 비주얼의 온라인 게임이 나온 적이 없다. 그 이후 대작 게임이 등장한 적이 없으니 이를 넘어서는 비주얼을 보여줄 만한 작품도 있을 리 만무하고 제작사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번 로스트아크 역시 최강의 비주얼을 보여주기보다는 ‘나쁘지 않은’ 비주얼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장르적 특성에 따른 문제도 크다. 순수한 MMORPG와 액션이 강조된, MORPG에 가까운 로스트아크는 비주얼 퀄리티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 유저 편의적 부분의 강화
클로즈 베타 테스트 당시부터 지금까지 플레이를 해 본 필자의 입장에서 로스트아크는 사용자 편의적인 부분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과거 클로즈 베타 버전의 리뷰 당시 상당한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테스트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왔고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 버전에서는 유저 친화적인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 이 정도라면 크게 불편함 없는 수준이라고 해도 될 법한 정도다.
과거 일부 장면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스킵 기능도 대부분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해졌으며, 퀘스트 수행과 관련된 어중간한 설명 역시 직관적으로 수정되었다. 그런가 하면 각종 인터페이스나 시스템 역시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다.
특히나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던(물론 이번에 처음으로 로스트아크를 시작했다면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프롤로그 챕터를 패스 가능하도록 설정한 것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로스트아크는 여타의 게임들보다 초기 전직 타이밍이 상당히 빠른 편인데, 프롤로그 챕터가 완료되면 전직을 하고 바로 실제 플레이가 진행된다.
캐릭터는 현재 전사와 마법사, 무도가 및 헌터의 네 가지가 준비되어 있지만 튜토리얼이 끝나면 바로 3개의 직업 중 원하는 직업으로 전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채로운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여기에 초반에 전직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만큼 전직 가능한 3개의 직업을 충분히 체험해 볼 수 있는 기능도 준비되어 있다.
전직 전에 모든 직업을 플레이해 볼 수 있다
■ 액션성 강한 MMORPG
로스트아크는 일반적인 형태의 퀘스트 중심 MMORPG 형태보다는 디아블로 3와 비슷한 형태의 플레이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디아블로3와의 차이점이라면 사용 가능한 스킬이 훨씬 많고 한 번에 상대하는 적의 수가 조금 적다는 것. 또한 오픈 필드가 아닌 맵 상에 표시되어 있는 정해진 지역 밖에 갈 수 없는 구조이기는 하나 필드 자체는 개방형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다른 유저들을 만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의 게임들과 비교한다면 ‘뮤 레전드’와 흡사한 형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이동 가능한 지역의 폭 자체가 좁은 편은 아니어서 답답한 느낌은 다소 적은 편. 고정형 맵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좌우 시점 회전이나 카메라 앵글 높낮이 조정은 불가능하지만 확대 축소는 가능하다.
스토리 라인은 크게 색다른 맛은 없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그러하듯이 두루뭉술하고 일반적인 수준이다. 퀘스트의 진행은 동선도 나쁘지 않고 매끄러운 진행이 이루어지지만 퀘스트를 시작하고 완료할 때 별도의 전체 창으로 전환되는 부분은 게이머에 따라 상당히 번거롭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는 컨텐츠
컨텐츠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이것저것 상당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다만 대부분의 컨텐츠가 기존 게임에서 사용되었던 것들이고 로스트아크만의 참신한 시스템은 조금 부족한 편이다.
NPC의 호감도 시스템은 마비노기나 검은사막 등 여러 게임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보다 다채로운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고, 코인 시스템 또한 운이 나쁜 이들에게 노가다를 통한 장비 마련의 기회를 부여한다.
일단 뭘 주던가 해야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던전은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일반 던전과 1인 던전, 숨겨져 있는 비밀 던전 및 강력한 적들이 출현하는 카오스 던전으로 나뉘게 되며, 던전에서의 플레이도 나쁘지 않고 그 스케일도 크다.
1인 던전과 비밀 던전을 제외한 모든 던전은 파티 매칭을 통해 손쉽게 파티를 구성할 수 있으며, 혼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파티원의 수에 따라 던전 난이도가 변화하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어 풀 파티가 아니더라도 던전 진행에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여기에 노말과 하드 모드로 선택적 범위를 높여 주고 있기도 하다.
카드 배틀 시스템은 게임을 통해 입수한 카드를 모아 NPC와 대전을 벌이거나 이를 강화 및 육성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카드를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일러스트가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선박을 통한 항해 시스템 역시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비록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항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임들이 많아져 독창성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자신의 선박으로 미지의 지역을 탐험하고,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다 멋스럽고 강력한 배를 타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배를 타고 이동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성장과 수집 요소 등이 얽혀 있어 만족감 자체도 높은 편.
‘증명의 전장’을 통해 PVP를 진행할 수도 있고 ‘실리안의 지령서’ 로 MOD 컨텐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타워’는 실리안의 지령서 내 유일한 1인칭 컨텐츠로, 모바일 게임의 층마다 올라가며 보상을 받는 시스템과 비슷한 컨텐츠다.
특정 지역에서 진행되는 지역 퀘스트가 발동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장소에서 생성되는 ‘카오스 게이트’ 및 ‘가디언 게이트’를 통해 레이드와 같은 스케일 큰 전투를 진행할 수 있기도 하다.
이 중 ‘모험의 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망라된 광범위한 컨텐츠다. 모험의 서에는 지역별로 등장하는 특정 몬스터나 유물, 자연경관 등 전투 및 이곳저곳을 다니며 획득 또는 찾을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완성해 나가다 보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상도 보상이지만 빈 곳을 하나씩 채워 나가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 그 가지 수가 엄청나게 많기도 하고 말이다.
■ 스케일은 작지만 생각보다 지루함이 없는 전투
로스트아크의 전투는 스케일이 작은 액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전투 스케일이 작다 보니 두세 번 공격으로 주변 적들을 모두 날려 버리는 식의 호쾌한 액션은 없으며 어느 정도 공격을 해 줘야 적들을 쓰러트릴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막상 플레이해 보면 생각보다 잘 안 죽는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아이템은 잘 나오는 편인데, 장비가 변경되었다고 해서 체감이 확연하게 올 정도는 아닌 듯하다.
이동은 WASD 키를 통한 직접 이동이 아닌,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클릭한 지점으로 이동하는 형태를 사용하고 있으며, 자동 사냥이나 자동 이동 기능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하던 이들이라면 조금 적응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자동 사냥 등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개임의 재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재미있는 만큼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던전은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일반 던전과 1인 던전, 숨겨져 있는 비밀 던전 및 강력한 적들이 출현하는 카오스 던전으로 나뉘게 되며, 던전에서의 플레이도 나쁘지 않고 그 스케일도 크다. 1인 던전과 비밀 던전을 제외한 모든 던전은 파티 매칭을 통해 손쉽게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다수 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기본적인 전투 자체의 난이도는 조금 낮은 편이다. 대략 비슷한 레벨의 몬스터 10여 마리와 상대해도 충분할 만한 수준. 다만 순식간에 체력이 빠지는 경우가 있어 방심은 금물. 보스급 몬스터의 경우 강력한 공격 시 주변에 공격 범위가 표시되기 때문에 빠르게 회피하면 큰 도움이 된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스킬 슬롯 외 기타 슬롯이 부족해 다채로운 아이템을 사용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사용해야 하는 키들이 많아 장시간 플레이 시 불편함이 있다는 점도 아쉬운데, 게임 자체는 액션성이 강한 형태지만 사용하는 키들은 일반적인 MMORPG와 흡사하다 보니 여기에서 오는 피로감이 제법 있다.
■ 그래도 충분히 즐길 만은 하다!
모처럼 등장한 대작 온라인 게임이다 보니 게이머들의 관심도 상당히 뜨겁다. 평일이라도 저녁 시간에는 서버별 대기자 수가 만 명을 넘어서고, 접속에만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PC방 점유율도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상황이다.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이 정도 생존율이라면 로스트아크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만하다.
반면 서버 안정화 측면에서는 아직도 불안한 모습이 엿보이고 있고 메인 퀘스트를 제외하면 서브 퀘스트의 보상 경험치가 적어 생각보다 레벨 업 속도가 상당히 더디다. 인기는 나쁘지 않지만 게임성을 본다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고 말이다. 어쨌든 로스트아크는 근래 들어 오랜만에 보는 대작 게임이자, 장시간 투자해 즐길 만한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만족감 면에서 아쉬움은 있을지라도 말이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