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를 끝으로 LCK 컵 ‘그룹 대항전’이 마무리됐다. 그룹 대항전은 일종의 예선전 격이고 이제는 본선이라 할 수 있는 ‘플레이 인’과 ‘플레이오프’가 진행된다.
그룹 대항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BNK 피어엑스는 농심 레드포스에게 2대 0 완패를 당하며 유일하게 전패를 기록한 팀이 됐다. 또한 패자 그룹 5위를 하게 되면서 플레이 인에 진출하지 못하는 유일한 탈락 팀이 된 상황이다.
그룹 대항전 최종 결과
- ‘플레이 인’ 스테이지의 진행
플레이 인은 2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펼쳐진다. 하루에 두 경기가 진행되며, 각 경기는 3판 2선승제로 열린다. 플레이 인 및 플레이오프 모두 그룹 대항전과 마찬가지로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다른 그룹과의 경기만 진행됐던 그룹 대항전과는 달리 플레이 인에서는 그룹의 구별 없이 순위에 따른 대전이 시작된다.
1라운드에서는 DRX와 DN 프릭스, 농심 레드포스와 OK저축은행 브리온이 맞붙는다. 패자 그룹 1,2위인 T1과 한화생명e스포츠는 플레이 인 2라운드에 진출한 상태이며, 순위가 높은 T1이 1라운드 승자 팀들 중 한 팀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경기를 진행한다.
2라운드에서 승리한 두 팀은 바로 플레이오프로 직행하며, 패배 팀은 최종전을 펼쳐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우는 한 경기만 승리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지만 1라운드에서 시작하는 네 팀들은 1라운드에서 승리해야 기회가 한번 더 생기는 구조다. 1라운드에서 패배한 팀들 역시 LCK 컵에서 탈락하게 된다.
지난 그룹 대항전에서는 같은 그룹 소속이다 보니 경기를 할 기회가 없었던 한화생명e스포츠와 T1은 이번 플레이 인에서도 상대를 할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이 2라운드에서 모두 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 플레이 인의 상황을 예상해 보면?
1라운드 1경기는 DRX의 승리가 유력하다. 반면 2경기는 두 팀 모두 승리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리헨즈’가 살아나면서 농심 레드포스의 경기력이 좋아졌고, OK저축은행 브리온은 강팀을 상대로 모두 좋은 경기력을 선 보였기 때문이다(실제로 OK저축은행 브리온은 젠지와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로 세트 총합 3승 2패를 기록했다).
T1은 DRX를 제외한 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라운드 경기에서 T1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패배할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설령 패한다고 하더라도 최종전에서 승리하고 무난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양상이 그려진다.
1라운드 네 팀을 기준으로 본다면 DRX의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일단 1라운드 상대가 가장 약한 DN 프릭스고, 농심 레드포스와 OK저축은행 브리온 중 어느 팀이 올라와도 이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농심 레드포스나 OK저축은행 브리온 모두 저력이 있고, 특히 OK저축은행 브리온은 최상위 팀들과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 준 만큼 OK저축은행 브리온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도 낮지 않다.
참고로 전력 면에서는 T1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2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플레이 인 참가팀 중 가장 전력이 좋은 팀은 T1이다
- 플레이오프의 진행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제로 진행된다. 역시나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5세트까지 갈 경우에는 50명의 챔프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하루에 한 경기를 진행한다.
플레이오프는 승자 그룹 1,2위인 디플러스 기아와 젠지가 2라운드에 진출하며, 3위 kt롤스터는 1라운드에서 플레이 인 패자조 승리팀과 맞붙는다. 다른 1라운드 경기는 플레이 인 2라운드에서 승리한 두 팀의 경기다.
바로 이 1라운드 2경기가 앞서 언급했던, T1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플레이 인 2라운드에서 승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유다.
현실적인 상황이라면 T1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플레이 인 2라운드에서 승리하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맞붙게 된다. 하지만 만약 T1이 플레이 인 2라운드에서 승리하는 상황이 나올 경우(1경기가 먼저 진행된다) 한화생명e스포츠 입장에서는 굳이 2라운드에서 승리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승리를 하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T1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플레이 인 2라운드에서 패하고 패자전에서 승리하면 상대가 kt롤스터로 바뀐다. kt롤스터와 T1 중 어느 팀이 상대하기 편한지는 굳이 말 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패배할 경우에는 즉시 탈락하지만 2라운드에 진출한 팀들은 패자전의 존재로 인해 목숨이 하나 더 생기게 된다. 24시즌 LCK 플레이오프 시스템과 동일한 형태다.
정상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kt롤스터는 상대적으로 무난한 대진을 받게 된다
한 마디로 굳이 T1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격돌해 패배한 팀이 탈락하는 구조보다는 한 팀이 플레이 인에서 패자조로 가고 여기에서 승리, kt롤스터와의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T1과 한화생명e스포츠 모두에게 윈윈인 상황이다. 승리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고 1라운드에서 승리하면 목숨도 하나 더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상황이다. 물론 이런 것을 따지지 않고 T1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리, 플레이오프에서 이 두 팀이 만나는 경우도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보다 상위권 진출을 위해서, 그리고 LCK 컵 우승을 위해서는 한 팀이 플레이 인 패자조로 가는 것이 훨씬 낫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전적으로 대진 편성의 문제다. 현실적으로 패한 그룹의 1,2위 팀이 승자 그룹의 3위보다 경기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러한 만큼 플레이오프 1라운드 구성에 플레이 인 2라운드 승리팀을 다른 경기로 나누어 놓아야 했다.
하지만 승자 그룹 3위 팀에게 더 메리트를 줌으로 해서 결과적으로 플레이 인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두 팀이(그리고 아마도 패자 그룹 1,2위 팀일 것이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마주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심지어 1라운드에서 패배하면 즉시 탈락이 확정된다. 이 정도면 사실상 승리 그룹에 플레이오프 메리트를 전부 몰아준 것과 다름이 없고 플레이오프 흥행을 대놓고 망쳐 놓은 셈이기도 하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정말 어처구니없는 대진 발상이 아닐 수 없다.
LCK 플레이오프라고 생각하면 1라운드에서 1~4위 팀 중 두 팀이 한 경기, 5,6위 팀이 한 경기를 하는 셈이다. 1~4위 팀 중 한 팀은 1라운드에서 무조건 떨어진다. 반대로 5,6위 팀 중 한 팀은 무조건 4강에 진출하고 말이다. 잘 하고 실력 좋은 팀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다는 명제 자체가 깨진 것과 다름이 없다.
이렇듯 대진 구조 자체가 불공평하다 보니 충분히 T1과 한화생명e스포츠 중 한 팀이 패자조를 통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설령 이러한 방식으로 진출한다고 해도 이를 비난할 수도,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 이는 대진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플레이 인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방식의 접근이 오히려 더 당연하다고 본다. 그만큼 이들 팀 중 한 팀이 플레이 인 패자조로 가기를 바란다. 실제로 경기력이 좋은 네 팀이 2라운드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현실적으로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우 플레이 인 2라운드에서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인데, 이들 팀 중 한 팀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플레이오프를 보는 즐거움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