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폰이치소프트웨어는 PS4, 닌텐도 스위치 전용 게임 소프트웨어 '마계전기 디스가이아6' 한국어판을 지난 5월 27일 아시아 지역에 정식 발매했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6은 전세계에서 시리즈 누계 판매 450만 장을 달성한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최신 속편 타이틀이다. 디스가이아 시리즈는 악마들의 대담하고 호탕한 전투를 그리는 시뮬레이션 RPG이며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과 파고들기 요소를 계승하고 진화시키며 시리즈의 역사를 이어왔다. 최신작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6 역시 기존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새로움을 추구했는데, 변화가 꽤 파격적인 편이라 팬들의 엇갈린 반응을 받기도 했다.
이번 신작에서는 흔히 잡몹 계열로 나오기 십상인 좀비이자 주인공인 제트가 이세계에서 전생을 반복하여 수많은 마계에 위협을 가하는 재앙 파괴신에게 맞서는 열혈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별다른 인트로 없이 바로 타이틀 화면으로 넘어간다.
■ 파고들기 SRPG 시리즈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리즈는 사물 및 유닛 집어들기와 던지기같은 독특함,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등의 인기만큼이나 흔히 노가다라 부르는 파고들기 요소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어왔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진행이 막히면 잠시 노가다성 플레이로 아군의 전반적인 능력을 끌어올려 막힌 부분을 뚫어버리는 성취감이 곧잘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것이 강점이다. 스토리를 쭉 클리어하면서 이후의 고 난이도 컨텐츠에서 시작될 무한 노가다 육성은 이 시리즈의 별미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시리즈가 꾸준히 이런 세일즈포인트를 계승하고 강화해온 전통에 따라 마계전기 디스가이아6에서도 파고들기 요소에 강화를 시도했다. 일단 기존 육성 가능 최대 레벨이 9999였던 것에 비해 신작에서는 99999999까지 상향되었다. 최대 레벨 상한의 상향조정 외에도 최대 대미지가 9999경, 최대 소지금은 9999조까지 향상되어 이른바 숫자의 폭력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뻥튀기가 이루어졌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강력하게 육성한 캐릭터들을 이용해 한 턴에 압도적인 공격을 퍼부어 빠르게 끝장내는 스타일이 인기였는데, 신작의 출시와 함께 숫자 규모가 커진 것.
그 때문인지 초반부터 레벨이 빠르게 상승한다.
여기에 주인공 제트가 죽음을 초월하는 금단의 마술 초전생을 가지게 되면서 제트를 비롯한 아군 캐릭터들이 초전생을 마계의회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초전생을 시도하면 레벨 1로 돌아가지만 조금씩 강함을 계승받을 수 있어 이를 반복해 똑같은 1레벨이어도 압도적인 강함을 보일 수 있게 된다. 또, 초전생을 할 때마다 쌓이는 카르마를 사용해 스테이터스나 반격 횟수, 이동력 등 평소에는 단련할 수 없는 능력도 강화할 수 있어 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며 파괴신을 쓰러뜨리게 된다.
이외에도 기존 시리즈가 2D 그래픽을 채택해온 것과 달리 하라다 타케히토의 캐릭터 디자인을 3D화 했다. 하라다 타케히토의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을 3D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기대를 받기는 했지만 그만큼 많은 우려가 향하기도 했다. 3D 모델링을 도입하면서 전투에서 특수기를 사용했을 때의 연출 폭이 더해졌다.
■ 좀비X전생X이세계
그간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마왕의 아들이자 마왕, 왕도적인 이야기 속 마을 청년, 마왕의 아들인 우등생, 프리니 교육담당관, 악마 등 다양한 계층을 다뤘지만 마계전기 디스가이아6의 주인공은 좋게 쳐줘야 범용 마물, 대개 엑스트라 몬스터로 등장하는 좀비가 차지했다. 거기에 죽을 때마다 부활하며 점점 강해질 수 있는 초전생을 할 수 있으며 파괴신에게 죽을 때마다 이세계로 전이하는 등 서브컬쳐에서 인기를 끌만한 요소 세 개를 합쳤다.
이야기는 이미 파괴신을 쓰러뜨렸다는 제트가 마계의회로 난입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4스테이지로 구성된 첫 화를 제외한 5스테이지 구성의 10화로 1막, 그리고 2막이 4화까지 존재한다. 후일담은 8개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다. 전투는 보편적인 SRPG의 방식에 캐릭터나 사물을 집어들고 던져버리는 액션이나 협공 시스템 등이 더해진 방식이다. 여기에 같은 색의 바닥 패널에 있으면 특정 효과를 주는 지오 심벌 등 디스가이아 시리즈만의 독특한 요소를 가미했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6의 전투도 이전과 대동소이하지만 조금 달라진 점은 시리즈 최초로 자동 시스템에 배속 재생 기능이 탑재됐다는 것이다.
노가다 플레이로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리즈의 전통이었는데, 이를 더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자동 전투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다. 물론 자동 전투에도 맹점이 있는데, 특정 위치에 적이 있어 기본 동작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하염없이 서로 턴만 보낸다는 것이다. 기본 설정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영리하게 캐릭터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마심 에디트라는 기능으로 조정할 수 있다. 마심 에디트 내의 명령 맵에서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이란 형태로 캐릭터의 행동 방식을 설정하면 자동 전투를 보다 수월하고 효율적이게 진행할 수 있다.
이외에도 거점 역할을 하는 4차원 마계에서 기존 시리즈의 컨텐츠들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캐릭터 메이킹이나 초전생처럼 표결 없이 결정되는 안건 외의 다양한 안건들을 의제로 올려 가결시키면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마계의회부터 시작해 사용 방식에 따라 게임 플레이의 양상이 변하는 치트샵, 상점이나 특수기를 강화하는 스킬샵 등 기존 컨텐츠가 유지된 것 이외에도 기존 성장 요소들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캐릭터 기본 능력치 확장이나 몬스터를 포션으로 만들어 캐릭터에게 먹이는 시스템을 드링크 바 하나로 통합시켰으며 무기별 고유기 같은 전통적인 시스템에도 손길이 뻗쳤다.
■ 갑작스런 변화의 물결
마계전기 디스가이아6은 오랜 시간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그들 중 상당수를 변화시켰다. 게임의 세일즈포인트가 사실상 완전히 고정된 장기 시리즈 게임의 팬덤 특성상 갑작스런 변화는 우려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신작에서 변화된 요소들은 단순한 편의성뿐만 아니라 첫 작품부터 이어진 전통적인 요소를 바꾸기도 했기 때문에 사람마다 받는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스토리는 시리즈 특유의 테이스트가 남아있어 그럭저럭 즐길 수 있었지만 자동전투 시스템은 편리하긴 해도 콘솔에서 굴리기에 조금 애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심 에디트를 만지작대는 것은 즐거운 고민의 과정이고 실제로 노가다 플레이의 효율을 챙길 수 있지만 육성을 위해 노가다를 하는 구간에서 자동전투를 걸어놓고 한참 다른 짓을 하다가 오는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특정 수준부터 높은 효율의 경험치 수급 방식이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했기 때문에 이 과정이 편하지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크게 불만스러웠던 부분은 캐릭터풀의 감소였다. 스토리에 등장하는 고유 캐릭터들의 수부터 거의 반토막이 났고 캐릭터 메이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캐릭터 직업군과 몬스터의 수가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D 모델링을 도입하면서 작업량이 늘어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유 캐릭터부터 범용 캐릭터까지 싹 줄어들었다는 부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면서 DLC 캐릭터 판매가는 꽤 높은 편이라 마치 포켓몬스터 소드·실드가 등장 포켓몬을 반토막 내놓은 후 DLC로 포켓몬을 추가하는 것처럼 캐릭터풀을 줄여놓고 인질 장사를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레벨이나 스테이터스의 상한치가 오르면서 기본적으로 5자릿수 이상의 능력치가 나와 캐릭터의 강함을 가늠하기가 애매하다는 부분 등 아쉬움이 이래저래 남는 신작이나,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감성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시리즈 특유의 고 난이도 구간 존재, 그리고 대대로 이어진 긴 플레이타임 등을 원한다면 구매를 결정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마계전기 디스가이아6과 과거작들의 장점을 잘 버무려 보다 보완된 작품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