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차세대 먹거리' 인가 '거품'인가?

'메타버스'의 혼용과 남용
2021년 05월 25일 16시 29분 42초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비대면 활동이 장려되고 있는 가운데 가상세계, 즉 '메타버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투자 유치 혹은 주가 올리기를 위한 '화장'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가상세계'에 익숙한 업계는 게임업계다. 온라인 게임 자체가 '가상세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메타버스'가 주목받은 요인으로 '로블록스'를 제외하기는 힘들다.

 

'로블록스'는 미국은 물론 국내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레고 모습을 한 아바타로 여러 종류의 게임을 직접 개발하거나 즐길 수 있는 게임 플랫폼으로 지난 1분기 매출은 3억 8700만 달러(한화 약 4332억 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한 수치다.

 

지난 1분기 기준 로블록스의 활성사용자 수(DAU)는 지난해보다 79% 증가한 4210만 명이었다. 이들이 3월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소비한 시간은 97억 시간으로, 1년 전 대비 98% 증가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에서 쓰이는 암호화폐 로벅스의 판매액도 급증했다. 1분기 로벅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한 6억 523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따라 로블록스는 지난 3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투자자들은 특히 로블록스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는 2020년 불었던 '로블록스 열풍'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가상세계에 대한 수요가 지속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시장의 가능성에 일찍 눈을 뜬 국내 게임업계는 올해들어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위메이드는 메타버스 플랫폼 '디토랜드'를 개발한 유티플러스 인터렉티브에 투자를 단행했다. 유티플러스 인터랙티브는 2006년에 설립된 후 MMORPG 탈리온, 모바일 액션 RPG 쉐도우블러드 등을 선보였고, 전문 지식이 없는 유저도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UCC 메타버스 플랫폼 '디토랜드'를 출시했다.

 

'디토랜드'는 이번 '2021 인디크래프트'가 열리는 장이기도 하다. 성남시, 성남산업진흥원,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인디게임 육성을 통해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인디게임 공모전인 '인디크래프트'는 코로나19가 확산 된 지난해 부터 가상 게임쇼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엑솔라코리아의 '유어월드'를 통해 진행했으며, 올해는 유티플러스 인터랙티브의 '디토랜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용자는 ‘메타버스’ 가상 공간에서 24시간 운영되는 전시 행사를 즐길 수 있다. 각기 다른 테마의 5개 월드를 탐험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100여개의 게임부스와 국내 45개의 엄선된 인디게임을 체험 가능하다. 이 외에 대만 최대 게임쇼 ‘타이페이게임쇼’와 중국인디게임연합(CIGA), 인디게임쇼 ‘위플레이(WePlay)’, 아르헨티나 수출투자진흥원이 공동관으로 참여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K팝과 메타버스를 연계한 '유니버스'를 선보였다.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K-POP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이다. 1월 28일 출시 후 누적 다운로드 수 800만건을 기록했으며, 예능이나 뮤직 비디오, 화보 등 독점 콘텐츠 ‘유니버스 오리지널’을 통해 팬들의 꾸준한 방문을 이끌고 있다.

 

또 아티스트가 손수 작성한 메시지를 팬들이 받아볼 수 있는 특별한 기능 '프라이빗 메시지'나 아티스트와 팬들이 글, 사진 등을 남기는 공간 'FNS',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나 팬미팅 등 다양한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넥슨은 가상세계를 '미래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규정하고 신개념 놀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구체적인 정보가 나온 것은 아니나 개발 중인 신작 'MOD'의 경우 '게임 메이킹 플랫폼'으로 소개하고 있다. '로블록스'와 유사한 개념이다.

 

펄어비스는 신작 '도깨비'를 메타버스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펄어비스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 회사 최초의 메타버스 게임 ‘도깨비’를 출시할 것”이라며 “현실 같은 가상세계를 구축해 문화체험과 소셜 등이 가능한 현실과 가상 공간 넘나드는 게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컴투스도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 17일 위지윅스튜디오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위지윅은 우수한 컴퓨터그래픽·시각특수효과(CG·VFX)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국내외 영화, 드라마 등을 제작해온 콘텐츠 제작사다.

 

컴투스는 위지윅스튜디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콘텐츠 및 기술적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컴투스의 게임 지식재산권(IP)을 영화·드라마·공연·전시 등으로 확장하고 나아가 VR·AR·XR 등 다양한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와이제이엠게임즈는 메타버스 전문회사 원유니버스를 설립하고 향후 메타버스, VR, 블록체인을 아우르는 메타버스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유니버스는 원이멀스가 개발 중인 VR플랫폼 내 메타버스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심포니'를 고도화 할 예정이며, 메타 휴먼을 기반으로 신규 프로젝트 등을 주력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만든 ‘제페토’를 활용해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 중이다. 제페토는 AR 아바타 서비스로 얼굴인식·AR·3D 기술을 활용해 커스터마이징한 3D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로블록스가 지원하는 경제활동처럼 AR 아바타 의상을 직접 제작하고 다른 유저에게 판매할 수 있다.

 

네이버 제트는 지난해 5월 스노로에서 분사한 이후 빅히트·YG·JYP로부터 17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으며, 다이아TV, 구찌(GUCCI) 등과 제휴로 다양한 패션 아이템과 3D 월드맵을 출시했다. 제페토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2억명(2021년 2월 기준)을 돌파했다. 이중 해외 유저의 비중은 90%이며, 10대 이용자 비중은 80%에 이른다.

 


 

AR/VR 등 미래 기술에 관심이 많은 통신사들도 '메타버스'에 나섰다. SKT는 카카오와 손잡고 메타버스 골프중계를 선보인다. 두 회사는 오는 6월 10일 제주도 핀크스 골프장에서 개최되는 ‘SK텔레콤 오픈 2021’ 대회에 메타버스 중계를 첫 도입하기로 했다. 대회 주관사인 SK텔레콤이 선수별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면, 카카오VX가 이를 3D맵과 결합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또 K팝 라이징 스타들과 함께 혼합현실 기술을 활용한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을 이어가고, 5G시대 메타버스(Mataverse)를 통해 대중의 혼합현실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올 여름에는 VR 기반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버추얼 밋업'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앞서 SKT는 MR서비스 컴퍼니를 신설하고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가 주도하는 글로벌 5G(5세대 이동통신)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에 세계적인 증강현실(AR) 기업인 미국 트리거가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XR 얼라이언스는 초대 의장사를 맡은 LG유플러스를 포함해 버라이즌, 퀄컴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XR 얼라이언스'의 확대를 통해 메타 버스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 외에 LG유플러스는 인기 드라마, 영화 콘텐츠 주요 장면을 짧게 VR·AR화한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도 추가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KT는 메타버스 생태계와의 접목을 위해 실감미디어와 모션인식 기술 등을 고도화하는 데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T는 메타버스 플랫폼 생태계 구축 및 서비스 본격화에 발맞춰 VR·AR·영상회의 기술 기반의 특화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VR·AR 기술을 활용한 3D 컨텐츠형 상품 방송이다. 

 

이 외에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텐스페이스와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 확장현실(XR) 기업 오썸피아는 함께 손잡고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가상관광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제일 먼저 내년 중 제주도를 테마로 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오썸피아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텐스페이스는 플랫폼 내 가상자산에 결제 기능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홍기획은 광고주들에게 맞춤형 광고툴을 제공한다.

 

정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 서비스 확산과 국내 우수 가상 원격교육·회의 솔루션 발굴 등을 위해 총 상금 800만원 규모의 'VR 메타버스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과기정통부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얼라이언스는 ▲메타버스 산업·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포럼 ▲메타버스 시장의 윤리적·문화적 이슈 검토 및 법제도 정비를 위한 법제도 자문그룹 ▲참가 기업이 협업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발굴·기획하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과기정통부는 얼라이언스가 제시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며, 특히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지원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함께 메타버스 허브를 중심으로 기업 간 메타버스 프로젝트 공동 발굴·기획을 촉진할 계획이다.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메타버스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가상공간에서 무슨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오프라인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상세계가 현실 보다 더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지속성이 생긴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메타버스' 시장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는 업체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AR/VR 기술을 활용한 기술을 '메타버스'라며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 다수 발견된다. '메타버스' 용어의 혼용과 오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투자를 유치하거나 주가를 이끌 심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업계 전문가는 "'메타버스'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나서는 한 회사의 경우 몇 년째 적자인 상황이다. 투자 유치가 목표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 시장 전문가 역시 "'메타버스'를 타고 주식 '버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며 "로블록스의 경우 적자폭이 두 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고 있다. 미래 혁신기업의 높은 주가를 설명하기 위한 '주가꿈비율'로 인해서다. 그렇지만 '꿈'과 '이익'은 확연히 다르다.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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