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2일만에 베타…미흡한 준비의 '라스트오리진'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2019년 01월 28일 18시 37분 04초

모바일 게임 신작 '라스트오리진'이 출시 2일만에 베타로 전환해 화제다.

 

지난 24일, 성인 덕후들을 위한 스마트조이의 신작 모바일 게임 라스트오리진이 정식 오픈했다. 출시 전 공개나 비공개를 막론하고 어떠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지도 않은 채 곧장 정식 오픈으로 직행하는 이 작품에 대해 기대하고 있던 팬들도 다소의 우려를 보였지만 그래도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 정식으로 오픈한다는 이야기에 출시 전부터 각 커뮤니티에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는 소위 '구조선'을 띄우기 시작했다.

 

스마트조이의 라스트오리진은 턴 기반 미소녀 수집 RPG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에 걸맞게 꽤 높은 수위의 일러스트나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초점을 맞춘 설정 등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또, 일각에서는 유사 숙녀전선이라는 농담도 나올 정도였지만 작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컨셉이 그렇고, 미소녀 수집 게임들이 은연중에 유사성을 보이는 정도였지 실제 게임 진행 후 전투 파트에서는 나름대로 전략적인 요소가 있어 즐길 수 있는 턴 기반 게임이란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행동력이나 공격 사거리, 순서 등 다양한 전략요소 존재 

 

하지만 이 날부터 2일 동안 스마트조이도 팬들도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사전 테스트 진행 없이 외주 테스트만을 진행한 라스트오리진은 정식 오픈이라는 물이 들어오는 타이밍에 노를 젓기는 커녕 서버 문제와 각종 버그가 빈발하는 등 배에 구멍이 나 물을 퍼내기도 바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팬들은 팬들 나름대로 계속해서 돌아가는 로딩 서클을 보며 모 고급 레스토랑 게임을 언급하면서 게임 플레이를 갈망하다 잠깐이나마 접속된 게임을 맛보고, 본 기자도 마찬가지로 늦은 새벽까지 기다린 끝에야 조금 안정적으로 게임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서버 문제와 버그들로 인해 잦은 점검이나 오류, 다시 긴 점검을 거친 라스트오리진은 오픈 후 2일만인 26일 새벽 1시 경 정식 오픈에서 한 달 간의 베타 테스트로 전환하겠다며 이후 베타 테스트 진행 내용은 초기화하겠다는 초유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행히 이 결정은 팬들의 강한 반대 의견을 수렴해 같은 날 오후 5시 40분 경 최종 공지로 계정 초기화 관련 문제는 백지화하고 오픈 베타 일정도 번복해 우선 서버를 닫고 출시 1주일 전 즈음인 2월 중순에 3일에서 5일 정도로 베타 일정을 잡았다는 것으로 팬들의 여론을 진정시켰다.

 

 

​앗아아…히옷……. 

 

■ 미흡한 준비 보였던 2일

 

사실 라스트오리진이 진통을 앓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신작 게임을 출시하면서 사전에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은 채 출시한다는 부분에서 불안한 출발이었다. 결국 출시 자체도 24일 오후 3시에 오픈을 약속했지만 이후 4시로 연기하고, 개발자 툴을 악용할 수 있는 것이 밝혀지면서 다시 긴급점검에 돌입해 해당 문제를 당일 저녁에서야 해결했다. 이에 더해 특정 안드로이드 버전 이하의 스마트폰에서 구글플레이를 통한 설치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이 문제로도 머리를 싸맸다.

 

헌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긴급 점검이 끝난 뒤에도 접속자의 폭주로 인해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게임을 진행하던 도중 무한 로딩이 이어지는 현상이 빈발했고, 결국 다시 한 시간 뒤에 서버 증설작업을 개시해야 했다. 이 작업은 당일 자정이 되기 직전인 11시 30분 경에서야 1차 작업을 완료했고, 이것도 완전하게 완료된 것은 아닌 상태라 불안정한 서버 상태는 계속됐다.

 


​아마 제일 많은 이용자가 봤을 화면 

 

결국 불과 1시간이 지나지 않아 동일한 현상을 겪고 이튿날인 26일 새벽 1시에 스마트조이의 결단이 공지될 때까지도 서버 문제와 긴 점검이 지속되자 발언 강도가 센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해 순한 성격을 지닌 공식 카페에서도 욕설로 도배되는 등 팬들도 격한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서버 문제를 떠나 게임 내적인 문제도 준비 및 개선이 필요했다는 부분이 보였다. UI는 불편함이 남아있어서 특정 메뉴에서는 해당 아이템이나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지만 요즈음 스마트 플랫폼 게임들에서 흔한 편의 기능인 아이콘을 길게 눌렀을 때 툴팁을 보여주는 정보 관련 UI의 부재, 편성 화면에서 중앙 라인에 캐릭터를 먼저 배치했을 경우 윗라인을 누르기 힘들어지는 편의 UI의 고려 부족, 이미 확인을 마친 행동을 여전히 알리고 있는 느낌표 마크, 완료시 상단에 자동으로 정렬되지 않는 미션들, 출격했을 때 소모된 자원이 소모되지 않은 것으로 표기되다 갑자기 일괄 처리되면서 한 번에 자원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버그, 처리 관련 버그로 버튼을 연속으로 누르기만 하면 누적 n회 완료 버그가 달성되는 버그, 공지를 통해 특정 SS랭크 캐릭터의 스킬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언급까지 한 스킬 프리징 버그 등 정말 다양한 버그들과 함께 일반적 오류, DB 오류 등이 빗발쳤다.

 


 

■ 진정성으로 넘긴 고비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 과정을 본다면 개발사이자 운영사인 스마트조이 측의 준비 미비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버그가 정식 서비스에서 발견되고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게임이 마비되는 일은 그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팬들의 여론도 기대감에서 큰 배신감을 느끼고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스마트조이는 이 미비된 준비와 빠르게 판단을 내렸지만 반발이 컸던 초기화 문제에서 팬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대응해 고비를 넘겼다고 할 수 있다.

 

처음 베타 전환 및 데이터 초기화 관련 공지를 게시한 후 격렬한 반응이 있었고, 십 수 시간 후 공식 카페를 통해 추가로 고지한 공지사항을 보면 스마트조이도 나름대로 규모를 예측하는 등 준비를 했던 것도 알 수 있었다.

 

라스트오리진의 사전예약자는 총 70만 정도가 됐고, 통상적인 유저전환율 15%를 기준으로 10만 명의 유저수를 상정, 동시접속자는 20% 정도로 2만 명을 예상해 서버를 확충했으나 당일 몰린 실제 동시접속자 수는 6만 명에 달해 예상에 따라 준비된 서버 수용 규모의 세 배를 뛰어넘었다. 사실상 축구장 하나 규모의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서버가 견디지 못해 터져버린 것.

 

 

 

이후 라스트오리진은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달의 오픈베타와 데이터 초기화 대신 베타 일정을 내달 중순으로 옮기며 기간을 축소하고 데이터 초기화를 백지화해 기존의 계정으로도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환불을 진행해주고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초기의 개발자 툴 이용자 1명과 오류 악용 이용자들은 일괄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지 원문 일부 

 

여기서 최근 게임사들이 사과문으로 넘어가는 문제 대응을 서버 규모를 어떻게 잡았고, 어떻게 서버를 구성했으며, 얼마나 많은 인원이 모여 사고가 벌어졌는지 이용자들에게 공개하는 등 색다른 모습을 보여 격렬했던 팬들의 반응이 다시 옹호와 응원 여론으로 돌아서게 된 것.

 

물론 미비된 부분들이 많았던 것은 당연히 비판을 받을만한 일이었지만 이후의 대처와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과를 보여준 스마트조이의 라스트오리진은 한 달의 유예를 얻었다. 라스트오리진이 정식 오픈에서는 이번과 달리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적어도 게임을 맛이라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맛있다고 했으니까.​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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