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6] 넥슨게임즈, 멀티 스튜디오 체제 노하우는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 대담
2026년 06월 16일 17시 06분 16초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의 개막일인 16일 오후, 올해 처음 도입된 대담 형식의 세션에 참석했다. '서로 다른 게임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낵슨게임즈 박용현 대표이사가 연사로 참가하고, 게임제너레이션 이경혁 편집장이 모더레이터로 진행을 맡았다.

 

 

 

이번 대담은 박용현 대표가 한 명의 게이머이자 개발자로서 바라보는 시장 변화, 넥슨게임즈가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개발하는 이유, 그리고 그 경험을 회사의 경쟁력으로 축적하는 방식을 조명했다. 넥슨게임즈의 멀티 스튜디오 체계는 단순한 장르 다각화가 아닌, 회사가 잘하는 RPG란 코어를 기반으로 액션성, 플랫폼, 글로벌 이용자 취향, 서비스 방식 등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해가는 과정에 가깝다.

 

대담은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했다. 박용현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서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바뀐다며 90년대 말에는 울티마 온라인과 에버퀘스트를 꼽았다. 이후 배틀필드3을 위해 4~5년 동안 PC를 열심히 업그레이드했었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대표는 일반 게임에 국한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도 열심히 플레이하는 등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왔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직접 게임을 하기보다 유튜브, 치지직 등의 플랫폼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게이머 박용현으로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 게임은 에버퀘스트였다. 당시 클레릭 클래스를 키우던 박 대표는 최고 레벨 퀘스트를 진행해 에픽 아이템을 얻기 위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험을 하면서 플레이하는 내내 누가 이런 퀘스트를 만들었느냐고 욕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아이템을 획득하자마자 당시 팀장으로 재직하던 리니지2에 이런 것도 넣어보면 어떻겠냐고 했던 기억을 소개했다.

 

이는 특정 퀘스트를 똑같이 넣자는 것이 아니었다. 퀘스트를 하던 50시간 동안에는 이런 식으로 유저들을 고생시키며 아이템을 주는 것이 맞냐며 짜증이 났는데 막상 아이템을 획득한 뒤엔 그 앞의 고통이 싹 사라지고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것을 해보면 좋지 않겠냐는 제시였다고.

 

이런 게임 경험은 박 대표의 입장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곳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주사위의 평균치는 3.5지만, 실제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에 3.5는 없다. 상황에 따라 3이나 4가 나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자신의 이야기는 3.5에 가깝다고 말했다.

 

개발 디테일까지 들어가면 자신의 말이 맞지도 않을 것이고,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넣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고 한다. 방향적으로 큰 그림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라는 것.

 

앞서 언급한 에버퀘스트의 케이스도 그 퀘스트를 그대로 카피했다면 당시 만들던 리니지2의 구조상 이야기가 꼬이기 마련이었을 것이며, 박 대표는 그보다 훨씬 러프하게 온라인게임을 하다보니 유저들이 굉장히 힘든 퀘스트라도 충분히 좋은 아이템을 주면 괜찮아하더라는 정도의 러프한 선을 제시했을 뿐이다. 이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그가 보는 현재의 업계는 예전에 비해 정보가 훨씬 빨리 전달되는 것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탑을 찍는 아주 큰 게임이거나 유저가 생각하고 원하는 한 부분을 확실히 잡은 게임처럼 양쪽으로 확실히 갈라진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나쁜 표현으로는 그 사이에 있는 어정쩡한 게임들이 힘들어지는 상태다. 개발자 입장에선 전자로 가자니 개발비 등의 이슈로 굉장히 힘든 시장이고, 한 지점에 포커싱하는 게임은 직원, 회사운영 등을 생각하는 순간 너무 하이리스크가 된다.

 

좁게 포커싱하는 만큼 잘 되면 성공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좁은 자리로 들어가기가 힘들어지는 셈이다. 위는 위대로, 아래는 아래대로 뭘 만들어야할지 힘들어지는 지점이 이런 부분이다. 박 대표는 최근의 업계 상황 또한 이와 맞물려있다고 진단했다.

 

다작을 하는 회사로서의 입장도 들어볼 수 있었다.

 

현재 넥슨게임즈에서 박용현 대표가 맡고 있는 게임의 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5개, 신규 프로젝트가 5개 정도다. 도합 10개에 달하는 게임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업무 측면에서는 PD나 디렉터들이 실무를 맡고 박 대표는 어느 시장에 어느 규모로, 그리고 어느 퀄리티로 들어갈지를 가이드하고 진행 도중 퀄리티를 체크하는 역할을 맡는다. 퀄리티가 잘 나오고 있다면 잘 해달라고 하면서 끝이고,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트러블 슈팅에만 잠깐 들어가는 식이다. 게임의 알맹이라 볼 수 있는 퀘스트나 스토리 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관여하지 않는 편이라 일의 양은 힘들지 않지만 사장노릇을 하니 스트레스는 계속해서 쌓이는 자리라고.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대고 있다는 외부의 시각은 실제 그런 의도보다 현재 놓인 상황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그런 모습으로 비치는 경향이 크다.

 

미국이나 해외에서는 패키지게임을 많이 만드는데, 게임을 하나 출시하면 개발팀이 바로 새 게임을 만드는 식으로 인력을 돌릴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온라인게임 베이스로 성장해 한 게임을 런칭해도 그 인력이 기본적으로 모두 그 온라인 서비스에 투입되는 구조다. 몇몇 정말 잘 되는 게임은 다르겠지만 굉장히 많은 수의 온라인게임은 런칭 이후 나름 잘 되다가 어느 시점에 꺾여 내려오기도 한다.

 

문제는 개발인력 자체는 이 게임에 들어가있으니 인력을 늘리지 않고 계속 이 게임을 진행하며 끝난 다음에 차기작을 만들면 런칭 후 다음 게임 제작까지 6~7년 정도가 걸린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회사 입장에선 10년 여의 시간 동안 게임을 두 개에서 세 개 정도 내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되면 회사로서 동작하기가 참 힘들다.

 

우리나라 게임업계도 10~20년 이상 잘 나가는 게임을 가진 회사들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10년 정도 지나다보면 사라지기도 한다. 박 대표의 입장에선 10~20년 수명의 게임 정도로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10년 넘게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다보니 현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넥슨게임즈는 기본적으로 RPG에 강한 회사이기에 한 발은 RPG에 걸치고 다른 한 발은 탐색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형태에서는 만든 물건만 멀쩡하면 유저 반응은 좋아하는 분들이 알아서 찾아와주기에 외부 이슈는 대개 문제가 없는 편이다. 도리어 문제가 생긴다면 개발자 쪽에 생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즈음부터 게임을 만들었고 생각보다 몇몇 포커싱된 분야 위주로만 열심히 성장해 나머지 분야에선 많은 것을 배출하지 않은 나라다. 그래서 다른 길로 갈 때마다 인력을 구하는 난이도도 꽤 있다.

 

기존에 잘 되던 것만 가지고 그 시장만을 노리기엔 이미 업계 자체가 너무 커진 상태다.

 

업계 전반의 개발 다양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박 대표과 같은 고민을 할 것 같다고 추측했다. 큰 그림은 맞는 길이지만 실제로 하기엔 힘들고, 국내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는 해외 수요 비중이 굉장히 커져야 한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국내 유저에 더해 해외 유저 피드백을 담아내야 해 난이도가 오른다. 언젠가는 업계에서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셈.

 

 

 

박 대표는 최근 1~2년 동안 업계에 출시되는 타이틀 자체는 넓어지고 있지만 성공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아 이를 잘 넘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음 10년이 좋은 길이 될지 계속 어려운 길이 될지를 결정지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작을 하면서 여러 개의 장르를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있는 게임을 만들다보니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된 시점에 들어가는 형태라서 선택 자체엔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그걸 봐서 만들 수가 있느냐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다. 다만 넥슨게임즈의 코어는 RPG인 편이며 특별히 굉장히 하이리스크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느끼진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팀에서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이 어려움을 다른 팀에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부분 시차가 있는 것이지,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앞에서 같은 일을 겪었으니 미리 경고할 수 있고, 이미 해결된 문제라면 경험을 공유하거나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뭐가 문제였는지를 공유할 수 있다.

 

프로젝트들을 통해 경험이 쌓이고 다음 프로젝트로 나아가는 유산의 영향력도 공유했다.

 

예시로, 현재 제일 잘 되고 있는 게임은 블루 아카이브다. 넥슨게임즈 기준으로 회사를 만든 뒤 두 번째로 개발한 턴 베이스 게임 오버히트가 일본에 런칭할 때 일반적인 로컬라이징보다 10배 정도의 비용을 들여 굉장히 열심히 만들었던 적이 있다. 상업적으로 좋지는 않았지만 유저들의 반응 같은 것을 회사는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런 경험이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할 당시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당시 기준으로 일반적인 회사 입장에선 이래도 되나 싶은 내용의 김용하 PD가 요청한 부분들은 경험을 통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었고, 그것이 지금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에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경험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연결된다.

 

사람이 나가더라도 경험이 모두 빠지는 것이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어느 정도는 회사에 남는 것이 틀림업이 있어서 같은 기간 동안 다른 게임을 만들지 않은 회사와 그 사이 1~2개라도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한 회사의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대담 후반부 박 대표는 넥슨게임즈 대표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좀 더 이야기했다.

 

여러 스튜디오에 방문해야 할 때 살피는 것은 개발 우선순위가 아니다. 대표인 그가 앉아있는 것은 게임 런칭이 가까운 시기일 때이므로, 게임을 만드는 것 외의 이슈를 챙겨야 한다. 그 시점에 보고하는 리소스를 줄이고, 현장에서 앉아있다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상황을 알게 되어 해야할 일들이 줄어드는 셈이다. 주로 런칭이 가까운 프로젝트에 가서 앉아있지만 일주일에 전 프로젝트에 대한 미팅은 따로 진행하는 방침을 갖고 있다.

 

대표는 플랫폼, 퍼블리셔와 마케팅 등의 이슈 대부분이 디렉터나 PD 선에서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럴 때 해결해야 하는 역할이다. 어찌보면 그 시점에서도 PD나 디렉터가 상대적으로 게임에 보다 신경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어디까지나 게임을 만드는 주체는 PD나 디렉터이며 대표가 아니라는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급적 실무에서 도맡아 진행하도록 무게를 둔다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했던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로서 그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의외로 그냥 자거나 게임을 하고, 게임을 구경하면서 한 가지만 계속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한편 현재 넥슨게임즈의 개발 프로세스를 유지하면서도 현업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부분은 트렌드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을 포커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초 리니지라이크에 가까운 게임들을 만들 때는 예술보다 다른 퀄리티에 포커싱이 잡혀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예술작품 쪽에 포커싱이 좀 더 이동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제작과는 별로 궁합이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며, 이 부분의 퀄리티를 내는 것이 기존에 잘 해오던 사람들 입장에선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의 업계에 대해 이번 페이즈를 잘 넘어 살아남는다면 다시 일이 쉬워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페이즈를 넘어가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들다고도 전했다. 이 힘든 페이즈를 넘어섰을 때 그가 구상한 넥슨게임즈의 다음 단계는 단기 성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유저들과 오래 같이 서비스할 수 있는 다른 노하우의 필요성이다. 이것이 넥슨게임즈의 다음 목표가 될 것이다.

 

끝으로 박용현 대표는 선배 개발자로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그는 지금의 시장 상황에 대해 "지금 힘든 것은 굉장히 많은 부분이 구조적 이슈에 있으며, 당분간 넥슨게임즈를 포함해 이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이번 페이즈를 넘길 때까지 다들 힘들텐데, 그 중에 어떻게든 성공한 사람들이 나오고 그 경험이나 결과가 시장에 퍼져야 상황이 좀 나아질 것이다. 다들 열심히 해서 이번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겠다."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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