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2025 현장에서는 기조 강연을 맡은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전 대표 요시다 슈헤이와 미디어 인터뷰가 진행됐다.
질의에 앞서 요시다 슈헤이 전 대표는 부산인디커넥트에 이어 올해 한국에 2번째 방문하는 것임을 밝히며, 매우 좋은 인디 이벤트라고 들었지만 그간 스케쥴 문제로 방문할 기회가 없어 이번 방문에서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의 인디시장이 크고 많이 발전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몇 년 전 지스타에 방문했을 때 회장에는 크고 많은 게임이 있었지만 대부분 키보드나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게임이어서 당시 지스타에 더 방문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한국 콘솔게임이 많이 발전해 앞으로 방문할 기회가 늘 것 같다"며 "한국드라마나 케이팝처럼 한국 게임도 일본에서 인기가 없을 리 없다"며 한국 콘솔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 한국에선 스텔라 블레이드 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때 이야기를 들려달라.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당시 플레이스테이션 서드 멤버와 함께 시프트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에 엄청 좋은 콘솔게임이 개발됐다는 이야기와 함께 제작자가 특히 제 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스텔라 블레이드를 보게 됐다. 당시 시프트업은 데스티니차일드를 개발했기에 어떤 게임일지 기대하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3D 기반의 액션 게임이었고 게임 플레이도 좋았으며 재미있게 느껴졌다.
당시 스튜디오에서 보스 캐릭터를 설정할 때 피규어를 만들고 디지털화하고, 몬스터를 디자인하는 업무과정을 보며 크게 감명을 받았다. 저를 데려온 멤버도 이 게임을 출시하고 싶다는 의견을 건넸고, 저 역시 회사로 돌아가 굉장히 좋은 게임이었다고 평가했으며 PS 퍼블리싱을 해야한다고 생각해 여러 사람과 논의를 나눴다. 당시 함께한 멤버의 의도는 스텔라 블레이드가 PS에 매우 적합하단 의도를 갖고 있던 것으로 해석된다. 추가로, 스텔라 블레이드가 PS5에서 성공한다면 한국의 개발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선사할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 이 컨퍼런스가 개최되고 한국 개발자들이 입지를 다져가는 것도 스텔라 블레이드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추가로 P의 거짓은 당시 블러드본과 비슷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팀의 차기작 또한 많이 기대하고 있다.
- 한국 정부에서도 인디 콘솔게임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이쪽은 시장이 크지 않고 제작자들 역시 수익창출보다 자아실현을 조금 더 우선시해 현실적으로 수익성 부분에서 예산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인디 콘솔게임 분야에서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일본에선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부지원이 늘기 어렵다면 소규모 개발자들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일본의 정부 지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게임 제작과 관련해 펀딩을 시작한 추세이긴 하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이 오히려 더 지원이 활발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다른 나라의 예시를 들어보면,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주를 참고할 수 있겠다. 영화제작도 하며 젊은 제작자에게 펀딩과 서포트를 한다. 대학을 막 졸업한 사람들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하면서 개발을 하게 돕거나 비즈니스 플랜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인디게임에서 성공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그러기 위해 좋은 인디 퍼블리셔와 좋은 계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디 퍼블리셔가 플레이 할 수 없는 기획만으로 펀딩하는 경우는 없다. 게임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스스로 펀딩을 찾아 프로토타입까지 만들고 전체 컨셉을 잡고 실제 구현해야 한다. 재미있게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간단한 일이나 실현하는 것은 힘들다. 따라서 플레이 가능한 수준까지 가는 것을 퍼블리셔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단계에서 생활비를 지원하고 펀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만들어주는 전반적 지원 시스템이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본다. 호주에서 창의롭게 인디게임이 많이 펼쳐지는 것은 젊은 사람들이 잃을 것 없이 본인의 아이디어로 정부의 돈을 받아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젊은 개발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리스크가 큰 도전이라도 실제 해볼 수 있고 잃을 것이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호주에서 이런 개발자들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 기조연설에서 게임은 항상 새로운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인디게임만이 아닌 규모 있는 게임사들도 충분히 창의적인 게임들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니도 그라비티 러시, 파타퐁 등을 선보였다. 그러나 국내 콘솔게임은 규모 있는 회사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도 창의성 중점의 게임은 아직인데, 규모가 큰 게임사들이 창의적 게임을 만들려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조직이 어떤 구조로 움직여야 하는지 조언한다면?
넥슨 대표님의 인터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민트로켓 팀이 개발할 때 창의성 관련에선 건드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진위는 우리가 알 수 없어도 자유로운 발상을 막지 않아야 결과가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게임이 얼마나 팔릴지는 누구도 모른다. 마케팅 팀도 과거를 예시로 보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 대규모 기업의 경우 작은 게임에 투자해 퍼블리싱하는 것이 좋은 흐름이라 보며 독립 인디개발자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에 손을 빌리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좋은 상황이라 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기대를 품으며 상호협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넥슨처럼 대규모 업체가 창의성을 건드리지 않고 함께하는 것은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은 게임기란 정체성 외에도 첨단 매체 CD를 활용한 멀티미디어 기기로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다. PS5는 광디스크 없는 콘솔의 과도기 같다. 초기에 PS가 보여줬던 독특한 정체성을 PS6이나 다음세대 콘솔이 어떻게 새로 정립할 수 있을지.
먼저 멀티미디어 관련해 정체성이 많이 사라지긴 했다. PS1은 CD를 도입, 2는 DVD, 3은 블루레이를 도입했다. PS 초기 인기엔 멀티미디어 관련된 부분도 한 이유를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PS4부터 PS5까진 디스크 플레이 사용자 자체가 줄었고 네트워크 사용해 TV로도 영상 재생이 가능해 앞으로의 PS에 게임 이외 특별한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이 앞으로 게임 외 기능을 갖게 될 때 새로운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나쁜 방향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플레이스테이션 하드웨어 팀은 굉장히 우수한 팀이므로 제가 생각하지 못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 기조강연에서 콘솔게임만이 가지는 경쟁력을 얘기했는데 요즘은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동시출시 환경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콘솔게임이 어떤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
모바일과 PC, 콘솔 동시발매 게임이 늘고 같은 계정으로 즐긴다는 장점은 굉장히 크다. 저도 원신을 재밌게 했고 최근에 이런 멀티플랫폼 게임이 늘고 있다.
먼저 이런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바일퍼스트를 지향해야 한다. 쉽게 접근해 재미를 느낀 유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성공 이후 PC나 콘솔로 더 진행되곤 한다. 모바일 퍼스트 출시 게임임에도 PC와 콘솔을 내는 이유로는, 역시 원신의 예시를 들자면 큰 화면을 통해 해상도가 좋아지는 등 게임체험 방면의 차이가 발생하며 그래픽도 더 멀리, 디테일하게 즐길 수 있기에 이런 경향을 중시하는 유저에겐 콘솔 버전이 더 인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일본엔 소니와 닌텐도란 콘솔 개발 및 서비스 게임사가 있지만 한국에는 없다. 이런 지역적 차이가 콘솔게임 개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일본에 닌텐도나 소니가 있다고 일본 쪽이 더 유리하냐고 질문한다면 큰 차이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 최근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게임 플레이 시간이 유튜브 쇼츠, 틱톡 등에 잠식되어 젊은 세대 게임 플레이 시간이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개발사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분명 틱톡, 쇼츠 같은 부분에 유저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데이터는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새롭고 즐거운 곳으로 유저가 향하기 마련이다. 게임 업계에서 새롭고 즐거운 컨텐츠를 창출한다면 영상 미디어에게 유저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한국 인디 개발자들이 요시다 슈헤이를 만나면 매번 영광스런 시간으로 기억하고 자랑을 많이 한다. 그만큼 인디 발굴에 힘써주신 것 같은데 최근 BIC에서 인상깊게 본 인디게임이 있다면?
BIC에서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 것을 20개 정도 메모했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고양이가 빨간 공을 찾아 다른 고양이에게 넘기는 퍼즐게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마 Where is my Redball?이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다. 나무를 흔들면 사과가 떨어지는데, 사과들 사이엔 빨간 공도 섞여 있어 이걸 건네주면 고양이가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짓는다. 주기 전까지는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서 퍼즐에 집중할 수 있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