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EK는 4일 오후 '데스 스트랜드 투어2-서울'의 개최에 앞서 미디어 대상으로 코지마 프로덕션의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 신카와 요지 아트 디렉터가 참가하는 인터뷰 세션을 진행했다.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는 이 날 행사의 주제인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와 함께 메탈기어 시리즈, 스내처, 폴리스너츠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 이름이 높은 디렉터다. 신카와 요지 AD는 현 코지마 프로덕션 소속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아트 디렉터 담당 등 굵직한 작품에 참여해 화력(画力)을 발휘해왔다.
인터뷰 시작에 앞서 코지마 디렉터는 "전작으로부터 6년, 드디어 속편을 발표하며 서울에 돌아왔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어 신카와 AD 또한 "오랜만의 방문인데 공항에서 바로 출발해 한 발짝도 나가보질 못했다.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다. 유저분들이 많이 즐겨주신다는 소식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좌측부터)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 신카와 요지 AD (사진제공=SIEK)
- 출시 약 일주일이 지났다. 한국 팬들도 감독님의 게임을 많이 기다렸다. 꽤 긴 시간 개발한 게임을 출시하게 된 소회가?
코: 이 이야기는 여기저기 말씀드린 바 있다. 데스 스트랜딩1 시절에는 코로나로 전세계가 고립된 상황에서 제작했다. 데스 스트랜딩2도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지만, 저도 컨디션 난조가 있었고, 고립으로 배우들의 촬영도 좀처럼 잘 안되거나 원격제작해야 하는 애로사항들이 있어 기존의 게임 개발 과정에선 가장 어려움이 있었다.
드디어 완성돼 여러분이 플레이해주셨고, 출시로부터 1주일이 지났는데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으니 많이 즐겨주시라.
신: 정말 긴 시간이 걸려 개발했다. 감독님 말씀대로 팬데믹도 있고, 2인만큼 1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도 많이 들이고 시간을 많이 들여 개발해, 자신감을 가지고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비주얼 요소가 개성이 넘친다. 독특한 메카 적들과 각종 개성 있는 의상, 독특한 탈것도 굉장히 트렌디해 보인다. 전반적 디자인 방향성에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 브랜드,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코: 1편 때도 말했는데, 게임이나 영상 차원에서 기존에 본 적 없는 룩과 세계관을 추구하는 것이 컨셉. 1에서 이를 구현했지만 속편에서는 해당 룩은 답습하며 전작에선 볼 수 없던 새로운 놀라움, 그동안 본 적 없는 세계를 보여드리게끔 노력했다.
특히 메카가 많이 등장하는데 신카와가 메카를 너무 좋아하고, 메카 그룹이 따로 있을 정도로 메카 모델러가 많다. 전작에 메카가 많이 안 나와 불안해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엔 스피리추얼하면서도 메카를 많이 도입한 결과 고스트메크들을 출연시켜 신카와와 메카 그룹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전작과 조금 다른 룩이 구현됐다고 생각한다.
신: 따로 아티스트나 브랜드를 참고하진 않았다. 아크로니움처럼 협력 협조해준 브랜드나 배우의 외모, 외형에 맞춰 의상을 제작하려고 준비했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만들고 싶고, 보고 싶고, 멋지다 생각하는 것을 작품에 포함시키려 노력했다.
또 프래자일의 푸른 손은 코지마 감독님의 아이디어다. 어느날 갑자기 손(세컨드핸드)를 넣고 싶다고 말씀해 그땐 무슨 말이야?라고 생각했는데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구축이 됐다.
코: 프래자일 세컨드핸드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신카와가 제공했는데, 짐을 든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으면 했다고 해도 원격 작업으로 보내줄 때마다 조금 이게 아니란 느낌이었다.
- 인상적으로 봤던 것 중 하나는 카메오들의 깜짝 등장이다. 특히 마동석 배우는 한국에서 엄청 유명한 배우인데 어떤 계기로 섭외하게 되신 건지 자세한 배경을 알고 싶다.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달라.
코: 실은 마동석 님의 빅 팬이다. 계속 그렇게 얘기했더니 마동석 님의 에이전트가 연결해주셨다. 꽤 전에 줌으로도 뵙고 LA에선 같이 초밥도 먹고, 일본에 방문해 회사에 오시기도 했다. 일본 스튜디오에서 스캔머신이 있어 마동석 님이 '나가고 싶다'고 하기에 '나오세요, 나오세요' 해서 촬영이 성사됐다. 심오한 이유나 배경이 있던 건 아니고 스캔하고 상의하다 작품과 같은 모습이 완성됐다.
(사진제공=SIEK)
- 연결이란 키워드는 우리 신기술이 가져다 준 무수히 많은 소통방식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 엽서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이유와 어느 정도 접점이 있다 느껴진다. 어찌보면 존재의 필요성, 인터넷 상의 커뮤니케이션으론 해갈되지 않는 것,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같다. 이와 같은 실존적인 소통 측면이 게임 내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감독의 의도를 듣고 싶다.
코: 21세기에 인터넷이란 것이 등장하면서 전세계가 sns를 포함해 연결되고 있고 인명 등이 연결되고 있는데, 직접 연결되는 한편 인간적인 연결이란 부분은 조금 결여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온라인게임도 예를 들면 그렇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헤드샷을 쏘기도 하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머리를 맞으면 서로 간의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회적 차원에서도 그렇다.
진정한 연결이란 무엇일까. 예로 편지를 쓸 때 쓰는 사람의 마음이 있고, 편지를 보내고 그것을 받아 읽을 때까지 일정한 시차가 발생한다. 여기서 상호작용이 필요한 것이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지 않으면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면을 온라인으로 구현한 것이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이다. 일종의 약한 연결, 간접 연결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는 식으로, 지금이 아닌 70~80년대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부여하려 한 결과물이다.
지금과는 다른 관계를 온라인에서 구축해보고 싶었다. 그 결과는 여러분이 직접 데스 스트랜딩에서 체험해주시면 감사하겠다.
- 닐 바나의 첫 전투 아트 컨셉이 굉장히 독특하고 인상 깊었다. 남미의 죽은자들의 날 기반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보는데 어떤 영감을 얻어 컨셉을 잡은 것인지 궁금하다.
코: 맞다.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을 모티브로 삼았는데 일본의 사생관이라는 것도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일본은 사자들이 오봉에 귀환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즐기고 축하하기 위한 마츠리(축제)도 있다. 죽은 자들과 지금을 연결하고, 귀환하는 자를 맞이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 반영했다. 씬에서 불꽃이 올라가거나 하는 장면은 사자를 환영하는 세레모니 같은 식으로 반영된 것.
신: 아트를 구축했는데 불꽃놀이를 만드는 것 까지는 괜찮았지만 재현이 가능할지는 불안했다. 이펙트팀, 프로그래머들이 이미지 이상을 구현해줬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처리능력과 속도는 아쉬웠다. 프레임 수가 생각만큼 안 나와서 그렇다. 원래는 더 웅장하고 예쁜걸 생각했다.
(사진제공=SIEK)
- 전작 대비 무기 개방 속도가 빨라 초반 전투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무기 다양화, 디자인이 독특해보인다. 유저 피드백을 반영했나?
코: 두 가지다. 1에선 배달과 연계라는 기존의 게임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을 만들었고 속편에서도 이걸 답습하기 위해 무기는 가능한 '많이'보다는 '적게' 만들고, 탈것보단 걸어서 즐기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게임 데이터를 취합하는 것이 가능해 확인했더니 무기 개방이 늦는다는 부분에선 반성했고, 디렉터즈 컷을 만들게 됐던 과정에서 이런 플레이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맵을 수정해 만든 경위가 있었다.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에선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 배달도 하며 자유도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배달도 하지만 우회할 수 있는 길이나 여러가지 무기, 장비로 전투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선택지를 다양히 주는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일임했다. 무기를 일찍 개방하지만 그것으로 무조건 싸워주길 바란다기보다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전투도 가능하고, 원치 않으면 우회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 차량을 원하지 않으면 걸어서도 플레이 가능하게 선택지를 늘렸다.
이는 메탈 기어 솔리드와도 닮았다. 메탈 기어 솔리드1편에서는 들키면 안되는 컨셉인데 처음부터 총을 주면 싸우려고 할테니, 처음엔 무기를 쓸 수 없게끔 했기에 지상에 올라오기까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당시 잡입게임이 존재하지 않아 정착시키는데에 주력했고 2편부터 스네이크가 마취총을 들고 등장한 바 있다. 데스 스트랜딩2도 같은 흐름이다. 1에선 배송 게임 컨셉에 주력했다면 2에선 무기나 장비를 주고 쓸 수 있게끔 제작했다.
신: 무기 디자인은 1편부터 그랬지만 게임 시스템 자체가 짐을 운반하는 것이 근본이라 무기도 운반대상이다. 컴팩트하게 접어서 무기도 운반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접게 만드는 디자인 자체가 어려웠다. 결과적으로는 독특한 무기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코: 이 부분은 신카와에게 상의했다. M사이즈였던 무기가 S사이즈로 변하는 등 무게와 크기를 줄여 운반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번에 하고 싶던 것은 백팩을 내리는 것이다. 짐을 내릴 수 있어서 짐이 없는 만큼 다른 액션을 가능케 하고 스피디한 모션을 구현할 수 있게 해 변화나 리듬감을 강조하고자 했다.
(사진제공=SIEK)
한편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는 "코로나를 거쳐 드디어 완성했다. 과연 완성되려나 하고 의문을 가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무사히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라며, "그간 온라인, 메타버스 같은 요소들도 있었는데 코로나 시기 한가운데에서 연결을 무엇인가 하는 저의 의문을 속편에 담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카와 요지 AD는 "오늘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한국이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음악이나 영화, 먹는 것과 디저트까지도 한일 양국에 공통적으로 인기있는 것들이 있지 않나. 게임으로서도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가 한국 플레이어들께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득하다."고 발언하며 미디어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