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인류의 터전인 지구를 넘어 광활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미지의 지역인 우주는 우리 인류가 우주에 손을 뻗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다. SF 장르에서는 우주 자체가 무대가 되거나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 시점을 자주 다루는 단골소재이기도 하다. 이런 우주에 대한 동경과 탐험욕구는 게임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의 상상력과 다소의 과학적 근거가 더해진 미지의 놀이터. 우주는 항상 내게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주를 무대로 넓은 오픈월드와 자유로운 탐험이 가능한 플레이를 강점으로 내세우던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최신작이 출시됐다. 8년의 시간을 거쳐 지난 9월 6일부터 PC 스팀과 윈도우즈, Xbox와 게임패스 및 클라우드에서 '스타필드'를 만나볼 수 있었다. 스타필드는 엘더스크롤V:스카이림과 폴아웃4까지 장편 시리즈 프랜차이즈를 출시하면서 여러 수상 경력과 팬들의 성원을 받아온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가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관의 이야기다.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드넓은 판타지 세계를, 폴아웃 시리즈는 핵전쟁 이후 황폐화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다뤘으며 스타필드는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차세대 롤플레잉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자유도를 누리며 인류의 가장 큰 의문을 풀기 위한 장대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 스타필드의 소개문이다. 이번 리뷰의 플레이 기종은 윈도우 및 Xbox 게임패스다.
■ 2330년, 태양계 너머의 인류
스타필드의 세계는 2330년, 인류가 태양계 너머로 나서 개척을 시작한 뒤 어느 정도 체제가 잡힌 정착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다. 인류는 우주로 영토를 넓히면서 조우하는 거주 가능 행성에 새롭게 정착하고 은하를 누비거나 무법자가 되기도 하고, 강력한 힘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광부의 신분으로 게임 도입부에서도 채광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나 이후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우주선을 받게 되어 은하를 누비며 희귀한 유물을 찾는 마지막 우주 탐험가들의 모임 콘스텔레이션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어떤 유물에 얽힌 우주 스케일의 이야기를 경험한다.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마치 TRPG의 플레이어 캐릭터 시트를 작성하는 것처럼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설정 절차를 거친다. 도입부 광산에서의 사건이 진행된 이후 플레이어는 기본 프리셋에서 시작해 자유롭게 자신의 캐릭터 외형을 고를 수 있으며 이후 이 캐릭터의 스킬에도 영향을 끼치는 배경을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비스트 헌터를 배경으로 선택했을 경우 FITNESS, BALLISTICS, GASTRONOMY를 시작 스킬로 가지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준비된 캐릭터의 배경은 앞서 언급한 비스트 헌터나 바운서, 현상금 사냥꾼, 셰프, 로닌, 교수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이후에는 트레잇을 세 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트레잇은 서로 영향을 끼치거나 장점과 함께 단점도 따라오는 식이다. 드림 홈 트레잇을 선택하면 처음부터 꽤 괜찮은 집을 소유한 상태로 시작할 수 있지만 대신 매주 빚이 차감된다거나, 아이 트레잇을 고르면 부모님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시시때때로 직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콘스텔레이션 거점에 들어와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신 부모님에게 일정량의 수익이 계속해서 송금된다는 디메리트가 있다.
■ 콘스텔레이션보단 다른 세력이?
별자리, 콘스텔레이션이 스타필드의 메인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핵심 팩션이고 이들과 가장 많이 함께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콘스텔레이션의 스토리나 캐릭터 면면들보다는 큰 퀘스트 라인을 가지고 있는 서브 팩션들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떤 것은 심지어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주기도 한다. 콘스텔레이션을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이들과 함께하는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물의 힘을 얻어 일종의 초능력, 스카이림으로 치면 용언과 흡사한 우주-초능력을 얻기는 하고 이 초능력을 얻는 과정이나 일부 연출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지만 그 외의 것들은 다소 밀린다는 느낌을 준다.
언제든 플레이어는 원한다면 다른 길로 새서 원하는 탐험이나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메인 팩션 콘스텔레이션은 기본이고 기업형 팩션, 수비대 느낌의 뱅가드, 심지어 우주 해적 팩션까지 가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들 팩션에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한데, 예를 들어 우주 해적의 팩션에 가입하면 손쉽게 밀수품 아이템을 스캔에서 숨길 수 있는 차폐 공간을 우주선에 달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방법만으로 이런 기능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한 김에 차폐 관련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굳이 해적이 되지 않더라도 초반에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맨티스의 우주선에 기본으로 차폐 공간이 탑재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지는 콘스텔레이션에 비해 다른 팩션의 캐릭터들은 꽤 개성이 강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넓은 자신들의 세력권 전역에 걸쳐 행성 방위와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팩션 퀘스트과 처음 강제적으로 엮이는 경우 이들의 지휘관 중 하나와 만날 수 있는데 상당히 고압적이고 신경을 긁는 캐릭터다. 언젠간 꼭 배신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외에도 뱅가드는 처음 플레이 할 때 최초로 보게 되는 대도시이자 가장 큰 규모인 뉴 아틀란티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파악하기 좋은 면이 있다. 해적이야 말할 것도 없이 컨셉 플레이에 적합했다.
팩션들의 장기 퀘스트 외에도 행성을 돌아다니다 조우하는 이에게 받기도 하는 단발성 퀘스트나 몇 번의 연속 퀘스트를 통해 나름의 스토리를 가진 서브 퀘스트 라인도 존재한다.
뉴 아틀란티스
이 설득 시스템은 좋았다.
■ 우주 탐험과 전투
스타필드의 게임 플레이가 진행되는 공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주 공간과 행성의 지면. 우주 공간에서는 당연히 우주선을 타고 돌아다니게 되며 사전 PV에서 보여주기도 했던 것처럼 플레이어가 언제든 직접 우주선의 각 파트에 들어가는 동력을 조절할 수 있다. 보호막에 영향을 주는 동력을 높이면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단숨에 먼 거리로 이동하는 FTL을 보다 빠르게 활용하기 위해 다른 동력을 낮춘 뒤 이쪽에 동력을 몰아줘서 빠르게 우주 공간 도약 시퀀스를 전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주에서는 주로 이 도약을 활용해 이동하게 되고 도약 직후 무작위로 이벤트가 발생한다. 습격을 당해 나포된 함선에 진입해 해적들을 정리하고 선장에게 보상을 받거나, 갑자기 우주 해적이 습격을 해오기도 한다. 도약만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 연결되어 반응하는 이벤트도 있다. 앞에서도 살짝 언급하기는 했는데 전설 장비들과 초반에 써먹기 꽤 좋은 맨티스 퀘스트를 완료한 뒤 이 함선을 모선으로 삼아 타고 다니면 적들이 공격을 해왔다가도 역습을 당해 궁지에 몰리면 맨티스의 함선을 인식하는 대사가 있다.
우주에선 지구가 있는 태양계를 포함해 여러 은하계 속 행성들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 대신 행성 전체를 한 번 착륙해서 전부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멀리 나아가다보면 플레이어를 가로막는 투명한 벽과 함께 메시지가 팝업된다. 그래도 행성마다 다른 중력에 따라 플레이어의 점프 높이나 유지력 등에 차이가 디테일하다는 점은 좋았다. 대신 탐험할 수 있는 것들은 좀 실망스러웠다. 분명 징그러운 우주 생물부터 여러 생물들, 식물, 광물들이 존재하고 행성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인류 외의 지성 있는 종족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로 인해 어딜 가도 대개 비슷한 환경이나 건축물들을 보게 된다. 좀 충격적이었던 것은 초반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갔던 지구 정도였다. 여기도 사실 랜드마크를 찾은 뒤에는 크게 볼 일이 없는 편.
우주선을 활용한 우주 전투는 쇼케이스 등에서도 우주선 커스터마이즈와 함께 자주 다뤄진 부분이기도 해서 조금 기대를 안고 있었지만 사실상 현대전의 전투기 도그파이트와 거의 일치한다. 게다가 적들이 수로 밀어붙이면 사방에서 실드를 찜질하고 순식간에 우주선 본체도 박살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여주기도 해 어느 정도 우주선이 잘 갖춰지더라도 귀찮고 더러워서 피한다는 느낌으로 전투를 피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탐험 도중 광물 채집이나 어떠한 이유로 현상금이 걸리게 됐을 때 마찰을 줄이고 직접 현상금을 지불할 수 있는 키오스크 등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거점을 원하는 행성에 지어서 좀 편하게 머무르고 본격적으로 자원을 수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1인칭 뷰부터 탑뷰로 시점을 전환해 자신만의 거점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진은 끝내주게 잘 나온다.
전투는 건파이트가 전작들에 비해 진보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캐릭터 모션 등은 기존의 것과 거의 동일했기에 신선함은 잠깐이었다. 어쩌면 V.A.T.S 시스템이 있는 폴아웃의 타격감이 좀 더 맛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때도 있었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는데, 총격전이 재미가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재미는 있었고 나아진 것 같기도 한데 그것만으로는 좀 밋밋하다는 것이지. 아, 그래도 나름 몇 개의 우주-용언을 배우고 나면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편 스킬 시스템은 조금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을 올려 얻은 스킬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은 익숙한 방식이나 각 스킬을 얻고 해당 스킬의 레벨을 추가로 올리기 위해서는 표기된 조건들을 달성해야만 한다. 포인트가 있어도 조건을 달성하지 않았다면 찍을 수 없는 것이다. 가령 스태미너인 산소를 모두 사용한 뒤 이산화탄소 수치를 거의 끝까지 채울 때까지 달리는 것을 반복해야 하는 스태미너 관련 스킬 조건이나 일정 비율의 짐을 들고 정해진 만큼 달린 거리를 누적시키는 것 등 막상 하면 쉽지만 챙기자니 조금 귀찮은 수준의 것들이 좀 많았다.
■ 기대를 너무 키웠다.
스타필드에 대한 여러 평가들이 있다.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타이틀과 스타일을 너무 좋아해 이번 스타필드도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 출시년도를 생각했을 때 부족하다 등의 평가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고 들어가자면 스타필드가 망작이다, 똥게임이다라는 것까지는 객관적으로 좀 억지스러운 평이라고 할 수 있다. 평작 정도고 베데스다 게임들을 좋아했다면 비슷한 맛으로 즐길 수는 있는 게임이다. 다만 기대와 달랐다는 평에는 상당히 공감하는 바이다.
사람들은 쇼케이스나 사전 정보들을 통해 굉장한 기대감을 품었다. 토드 하워드는 물론이고 상당히 공을 들여 준비한 쇼케이스와 발표에서 항상 천 개는 되는 행성 같은 이야기를 붙였다. 게이머들은 이런 정보들을 듣고 스타필드를 베데스다의 자유도와 우주 규모로 커진 오픈월드 우주가 합쳐져 우주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온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거기에 행성의 탐험 요소들에 대한 기대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출시된 후 즐겨보니 스타필드는 베데스다라이크, 오픈월드라이크 게임이었다. 아주 줄여서 표현하자면 우주 폴아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폴아웃4보단 좀 개선되었지만 스카이림의 퀄리티에는 다소 못 미치는 정도.
은하계와 행성들은 확실히 많았다. 하지만 은하계와 은하계 사이를 플레이어가 무작정 우주선을 몰아 이동할 수는 없다. 심지어 행성 지근거리에서 우주선으로 직접 자연스레 행성에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은하계를 이동할 때도 메뉴를 열어 워프를 해야 하고, 착륙도 행성 근처에서 마커를 찍거나 지도를 열어서 직접 착륙포인트를 지정한 뒤 착륙해야 한다. 이 과정의 사이사이에는 매번 로딩이 들어간다. 그러니 우주 탐험도 뚝뚝 끊겨있는 느낌이 들고 행성으로의 진입도 괜히 더 번거로워진다. 은하간 워프를 사용할 때 연료 소모량이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플레이하면서 신경 쓸 일이 없다. 은하에서 은하까지 거리에 따라 워프에 소모되는 연료량이 늘어 워프 시도를 여러 번 하게 되는 것 뿐이지 실제 항해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아니다.
앞서 짤막하게 이야기한 행성 탐험의 경우도 그렇다. 행성 전 지역을 착륙 한 번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닌 점은 어떻게 이해하더라도 주변에 보이는 탐험 포인트들이 복사 후 붙여넣기 수준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같은 행성 내에서도 그렇다. 동굴이 세 개 있는데 구조가 전부 똑같다. 일종의 작은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발견 포인트도 여러 개 있어서 기대했더니 똑같은 것들이 여러 개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의 거리는 멀고 제트팩을 써도 아주 빠르게 이동할 순 없으며 은하간 워프도 가능한 주제에 지금도 사용하는 로버조차 없어서 뛰어다녀야 한다. 그리고 실컷 뛰어서 도달한 곳이 복사 붙여넣기의 산물이다?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어느 시점부터는 탐험도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에 워프로 이동하고 이착륙도 메뉴를 열고 해야 하는 판이니 오픈월드보다는 넓고 비어있는 필드를 여러개로 나눠뒀다는 느낌이 강해 그들의 강점인 오픈월드 테이스트조차 약해졌다.
자유도 면에서도 나름 제약이 있다. 물론 베데스다라이크라고 표현했던 것이나 우주 폴아웃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존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타이틀에서 먹혔던 콘솔 명령어나 꼼수들은 여전히 먹힌다. 남의 크레딧을 훔치기 위해 오브젝트를 들어올리는 기능을 활용해서 테이블 밑에 바구니를 두고 크레딧을 들어올린 뒤 나머지 크레딧을 쥐고 있는 오브젝트로 바구니에 쓸어담아 시야 밖으로 나가 안전하게 도둑질하는 것들 말이다. 이런 소소한 것들을 제외하면 은근히 자유도도 방해를 받는다.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늘어나는 에센셜 캐릭터들 때문이다.
이 죽지 않는 캐릭터들은 스타필드에서 상당히 많다. 일정 시점까지 스토리를 진행하면 에센셜이 풀리는 것으로 보이는 캐릭터도 있어보이는데 그러기 전까지 상당히 불편한 상황을 야기한다. 예시로 행성 근처 검문에서 스캔을 위해 항로를 유지하라는 요구를 듣기 전 습관적으로 워프를 해 작은 현상금이 붙었다? 그 상태로 탐험 도중 도시 근처에서 실수로 정식 루트가 아닌 방향으로 떨어져 무단침입 상태가 됐다? 나중에는 이 문제를 경비병에게 돈을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초반에는 강제로 팩션 스토리를 위해 체포되는 것과 싸우는 것이 제시된다. 여기서 만약 저항을 골랐다면 도시 내 모든 캐릭터들이 달려드는데다 죽지 않고 계속 쓰러졌다 일어나는 무수한 에센셜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이 때 순식간에 현상금이 불어나기까지 한다. 하다못해 시민이라는 이름이 붙은 캐릭터마저 에센셜 캐릭터라 쓰러졌다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싸우는 것이 비정상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악성향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제법 많고 스타필드는 아예 수배자 트레잇을 달고 시작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이런 선택지를 제시해놓고 강제 이벤트나 에센셜 캐릭터로 떡칠을 해두었으니 플레이어는 사실상 함정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해소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그 방법을 숙지하고 실행해보기 전까지 수많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 십상이다. 전투는 결국 탄이 떨어지거나, 에센셜의 파도에 쓸려나가게 되고 우주전은 훨씬 높은 레벨의 우주선 여러 대가 집중 포화를 해대니 순식간에 폭사다.
그러니까 그 상황에 동료와 함께 있으면 계속되는 전투 때문에 평가가 떨어져 순식간에 동행이 풀린다.
긍정적인 요소들도 제법 있다. 익숙한 베데스다의 맛이나 개선된 플레이, 그리고 처음에는 제약이 있어 불편하다는 말도 있었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고 있는 우주선 제작 컨텐츠 등이 그렇다. 헌데 이 우주선 제작 컨텐츠, 내용이 조금 달라지고 편의성이 늘어나는 회차 플레이 시스템과 완전히 충돌하는 부분이다. 앞서 수배자 트레잇이 에센셜 캐릭터와 충돌한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스타필드의 모든 컨텐츠를 확인하려는 플레이어는 사실 스토리상 회차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회차 특전이 캐릭터의 레벨과 스킬만 유지하고 나머지를 전부 초기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기껏 공들여 우주선을 커스터마이즈하고 제작해도 회차가 넘어가면 사라져버려 그냥 다 던져두고 빠르게 회차만 쌓아 본격적인 컨텐츠 플레이를 자신이 즐길 마지막 회차로 모는 경향이 생겼다.
스타필드가 나쁜 게임은 아니지만 사실상 출시 전 정보공개나 관련 발언들을 나열해두고 살펴보면 거짓말은 하지 않았잖아? 수준의 미스리딩을 유도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수많은 행성과 탐험 요소는 있지만 공허했고 우주는 사실상 싹둑싹둑 잘려 떨어져있으며 트레잇이나 우주선도 각각의 시스템과 충돌해 모순을 일으킨다. 결국 이번에도 유저가 스스로 제작한 모드를 통해 빈 부분을 채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청크 시리즈나 짜파구리 같은 우주 시대 음식이나 오브젝트를 구경하는 맛은 쏠쏠하다.
나사펑크라는 디자인 기조에 따라 게임 내 아트나 UI, 폰트들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물론 기대한 것이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신작 게임'이었다면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본인도 게임 자체는 재미있게 했다. 이거 왜 이렇게 비어있어? 아니 탈것은 대체 왜 없는거야?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끄면 다시 생각나서 켠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긴 개발기간이나 그들이 발표하며 키웠던 기대감에 비해서는 상당히 아쉬울 수 있는 타이틀이다. 나사펑크라는 현대적 디자인에 가까운 기조를 취했다는 점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공허한 우주와 그 너머의 행성들을 꾸며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스타필드에 그런 공허함을 기대하고 있던 것은 아니잖은가.
결론. 스타필드는 베데스다의 평작 혹은 그 이상은 되는 게임이니 그간 베데스다 게임이 취향에 맞았다면 별 거리낌 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