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8강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2020 롤드컵 4강 대진이 확정됐다. 1번 시드에서는 탑 이스포츠와 쑤닝이, 2번 시드에서는 담원과 G2가 각각 결승 진출을 놓고 진검 승부를 펼친다.
한국 시간 10월 24일(담원 VS G2)과 25일(TES VS SN) 양일간 펼쳐지는 4강 대전에서는 과연 어느 팀이 승리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게임샷에서는 4강 대전의 승자를 예측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봤다. 과연 마지막 남은 한국팀 담원은 무사히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까?
- 힘겹게 4강에 안착한 탑 이스포츠, 예상을 깨고 징동을 격파한 쑤닝
탑 이스포츠의 경우 프나틱 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첫 두 세트를 먼저 프나틱에게 내 준 후, 3세트 시작 전 선수들이 단체로 멘붕에 빠진 듯한 모습까지 화면에 잡히기도 했을 정도다.
그나마 3세트에서는 이리 저리 재면서 조합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캐릭터 위주로 플레이를 진행, 결국 첫 승을 따냈고 이후 자신감을 얻으면서 역스윕에 성공해 4강에 안착했지만 전반적으로 그룹 스테이지에서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세트 후 단체로 멘붕 상태가 된 TES 선수들
하지만 이는 프나틱의 영향도 크다. 유럽 지역 팀들이 생각보다 심도 깊은 맵 분석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전술, 그리고 운영에 상당히 능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강팀들이 상당히 고전하는 듯하다. 여기에 대회가 진행될수록 원래의 기량을 회복하면서 경기력이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탑 이스포츠의 실력이 저하되었다고 하기보다는 프나틱이 원래의 실력을 찾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어쨌든 생각 이상의 실력으로 인해 탑 이스포츠도 당황하게 됐고, 결국에는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에 반해 쑤닝의 경우, 상대적으로 강팀으로 평가되는 징동과의 대전에서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첫 세트만 패배했을 뿐 이후 내리 3연승을 하며 3대 1로 징동을 꺾고 4강에 진출했는데, 특히나 한타 싸움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였고 쑤닝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후반부로 갈수록 운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부분 역시 어느 정도 해결된(물론 아직도 그다지 좋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쑤닝의 선전 이면에는 징동의 컨디션 난조가 한 몫을 했다고 본다. 물론 쑤닝이 성장한 것도 맞지만, 징동의 밴픽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고 대전 도중 크고 작은 실수도 많았다. 전반적으로 이번 롤드컵에서 징동의 분위기가 좋지는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징동의 상황에 쑤닝이 수혜를 입은 모습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서로 간에 실력 차가 크지는 않은 만큼 쑤닝의 4강 진출이 이변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닌 듯하다.
- 4강 대전의 승자는?
나이트의 경우 프나틱과의 어려운 경기에서도 제 몫을 충분히 다 해 주었지만 재키러브는 이번 롤드컵에서 전반적으로 무언가 제 실력이 다 나오지 않는 듯한 느낌인데, 워낙에 나이트의 캐리력이 좋아서 지금까지 승리를 해 왔으나 4강전 이상부터는 본 실력을 찾지 못할 경우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탑의 369는 프나틱전을 통해 완벽히 부활한 듯하다.
쑤닝은 선수들의 기량이 점차 좋아지고 팀웍이 맞아 들어가는 것이 확연하게 보일 정도다. 특히 소에프엠은 이번 롤드컵을 통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프나틱과의 역전승이 탑 이스포츠에게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유럽 팀들이 워낙 집요하게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만큼 노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 이는 쑤닝과의 경기 뿐 아니라 결승전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순수 실력만으로 본다면 탑 이스포츠와 쑤닝은 분명 격차가 존재한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도 차이가 있고 지금까지 보여준 것도 그렇다. 다만 쑤닝의 경우 롤드컵을 진행하면서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프나틱전을 통해 방심이라는 키워드를 삭제해 버린 탑 이스포츠이기에, 4강전은 변수 없이 탑 이스포츠가 승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 DRX를 셧 아웃시킨 담원, 젠지를 셧 아웃시킨 G2
DRX와의 8강전에서 담원은 지난 서머 시즌에서 보여주었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며 가볍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만 담원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게임 초반의 운영 미숙이 8강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전반적으로 너무나 무난하게, 그리고 압도적인 힘 차이로 끝난 경기이다 보니 크게 이슈가 될 만한 부분이 없던 그런 경기였다.
이에 반해 G2에 대해서는 다소 이야기할 부분이 많다. 상대팀인 젠지의 경우 국내 3번 시드 팀이고, 담원이나 DRX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점이 보다 많은 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3대 0 스코어 뿐 아니라 압도적인 실력으로 젠지를 꺾고 4강에 올라 온 것은 조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세트를 압도적으로 패했다
얼마 전 8강 예측 기사에서 G2의 경우 적어도 2티어급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현재의 실력을 본다면 가히 담원 및 탑 이스포츠와 더불어 1티어 급 팀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롤드컵 이전 전문가들의 예측에서도 G2는 탑4에 언급도 안 될 정도의 위치였지만 지금은 확실한 다크호스로 자리 매김한 상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지난 2년간 결승전 진출 팀이니 원래의 자리를 찾아간다고 해야 할까.
더욱 더 무서운 것은 서머 시즌 후반부터 점점 실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서머 시즌 중반만 해도 롤드컵 참가가 걱정되는 수준이었던 데 반해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원래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유럽 1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했고, 그룹 스테이지를 통해 감각을 회복하더니 이번 젠지와의 8강전을 통해 롤드컵 우승팀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한 모양새다. 사실 그룹 스테이지 진행 당시만 해도 G2는 우승권에 거론조차 되지 않던 상태였다.
물론 G2의 플레이 스타일이 젠지와 다소 상극이라는 부분이 존재하기는 하나 그럼에도 이 정도로 실력 차이가 존재할 줄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기자 역시 처음부터 G2의 승리를 예상했음에도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까.
지난 8강 예측 기사에서 프나틱을 무시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탑 이스포츠가 프나틱을 간신히 이기고 4강에 진출했고, G2는 젠지를 물리치고 4강에 안착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유럽 팀들의 운영 능력과 분석력은 가히 혀를 두를 정도다. 마치 자국 내 리그와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실력을 숨기고 플레이를 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 담원 VS G2, 4강전 승자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 탑 이스포츠와 프나틱의 8강전 양상처럼 흘러갈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어느 팀이 이기던 최소 3대 1 싸움이 될 것으로 보여지며, 담원이 승리한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경기들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 것 같다.
G2의 강점은 게임 전반을 아우르는 폭 넓은 운영 능력이다. 맵의 이해도가 높고 크고 작은 전략을 잘 사용한다. 일부러 함정을 파고 상황을 만들어 나간다거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아 불리한 가운데서도 아군이 유리한 상황을 잘 이끌어 낸다. 또한 냉철한 판단으로 유불리를 잘 따져 최대한 손해 보지 않는 식의 교환에 능숙한 편이다. 팀웍이 상당히 좋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한국 팀에 강세를 보여 왔다는 부분이 자신감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담원 역시 2019년 롤드컵 8강에서 G2에게 3대 1로 패했다. 적절한 밴픽과 전략, 약점을 파고 드는 집요한 운영으로 담원에게 승리를 거뒀다.
물론 그 당시의 담원과 지금의 담원은 완전히 다르다. 현재는 명실상부한 국내 원탑 팀이고, 팀 및 선수들의 기량 역시 작년보다 많이 좋아졌다. 여기에 스피디한 게임 플레이와 파괴력 높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 한번 몰아치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
문제는 초반 싸움이다. 경기 초반이(중 후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담원이다 보니 게임 초반을 잘 넘길 필요가 있다. 영웅 선택이나 밴픽에 능숙한 G2인 만큼 담원 역시 효과적인 밴픽 등이 필요하다.
각 라인을 살펴보면 탑에서는 에이스 너구리가 포진한 담원이 상대적인 우위에 있다. 미드의 경우 서로 최정상급 플레이어들이 포진하고 있어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지만 G2 미드 캡스 선수의 폼이 최근 상당히 좋은 탓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글러는 서로 비슷한 느낌이지만 바텀 쪽은 담원의 약 우위가 점쳐진다.
전체적인 선수 능력치는 담원이 우위에 있지만 팀웍이나 밴픽과 같은 요소들은 G2가 보다 강력하다. 특히 운영 능력으로 먹고 사는 G2인 만큼,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고 교전을 진행하는 식의 운용에 탁월하다. 담원은 강력한 화력과 더불어 빠른 템포의 플레이를 선호하는데 G2의 의도에 말리지 않고 스타일 대로 가는 것이 중요할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는 작년과 비슷한 모습이고, 담원은 작년에 비해 보다 업그레이드 된 만큼 G2의 운영에 말리지만 않는다면 담원이 충분히 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밴픽 단계부터 G2의 의도에 말리게 되면 4강전에서 상당한 고전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반적으로는 담원의 약 우세를 예상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