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플레이오프 결승전도 이제 몇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어느 정도 각 팀들의 경기력도 드러나고 있고 침체됐던 선수들의 기량도 롤드컵에 맞추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규 시즌도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내년에 있을 제 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대한 LOL 국가대표 선수단 구성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물론 지난 19회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예로 든다면 해당 연도 봄 시즌, 정확히 말하면 MSI에서 선수들의 활약상까지 반영되어 선수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선수 경기력이 좋다고 해도 이와는 상반된 선발 구성이 나올 수도 있다.
다행히 직전 대회는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다만 지난 항저우 대회에 비해 선수단 구성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2024 ‘KeSPA컵’을 KeSPA가 제 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LOL 종목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지표 검토 대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고, 아시안게임 예선 역시 항저우 대회 당시보다 조금 더 일찍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선수단 구성도 더 일찍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제 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LOL 종목 국가대표 선발은 빠르면 올 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현재를 기준으로 한 결과가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 이번 대표 선발은 공정하게 진행될까
사실 직전 대회의 대표팀 선발은 나름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지면서 기존에 발탁한 선수들과는 확연하게 구성이 달라지기도 했고, ‘완벽한 밀실 행정’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기준 또한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의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선수들이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으며 선발전이 예정되어 있다가 취소되는 등 선발 방식이 급작스럽게 바뀌기도 했다.
간단히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일련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 만으로도 수십 여 페이지를 채울 정도로 상당히 문제되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환장 파티가 이루어진 것이 바로 직전 LOL 국가대표 팀 선발 과정이었다.
선수단 구성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기존에 발표했던 1차 선발 명단과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MSI에서의 활약이 좋았다는 이유로 기존 정글러와 원딜러 후보 선수들 대신에 뜬금없이 ‘카나비’와 ‘룰러’가 발탁됐다.
첫 번째 예정 명단 어디에도 이 둘은 없었다
그럼에도 22시즌 롤드컵에서 우승하며 실력이 만개한 모습을 보인 ‘제카’는 미드 2명에 들지도 못했다.
물론 카나비의 당시 폼이 좋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의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경기력이 좋았다. 카나비가 독보적으로 원탑의 실력을 보여준 상황은 결코 아니었으며 관점에 따라 오히려 다른 선수가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던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심지어 한국e스포츠협회의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에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 시 고려 사항으로 8번 항목에 ‘대한민국 e스포츠 기여도’를 명기하고 있다. LPL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기여도가 0인 카나비에 비해 ‘오너’나 ‘피넛’, ‘캐니언’은 충분히 기여를 했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자체 시스템으로 점수를 산출한 뒤 카나비가 대표로 발탁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 [별표2] : 고려사항 항목
2년 동안의 활약상은 오히려 캐니언이 더 좋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룰러는 23년 LPL로 넘어가기 전까지 LCK에서 충분히 활약을 한 만큼 충분히 이해가 될 법한 부분이지만 카나비의 국대 발탁은 정말로 뜬금없는 밀실행정의 레전드라고 할 법하다.
이정도면 KeSPA 내부에 JDG의 광팬이 있다고 봐야 할 정도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이 어처구니 없었던 대표 선발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한국 국적의 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JDG에서 한국 대표 주전 5명 중 2명을 차지하고 나머지 세 자리를 LCK 전체에서 뽑은 것이 정상은 아닌 듯 보인다. 심지어 전년도 롤드컵 우승팀 DRX 선수는 아무도 발탁되지 못했다.
스포츠 선수라면 당연히 가슴에 달고 싶은 태극 마크가 갑자기 LPL 선수에게로 간 것이다. 우리가 항상 응원했던 선수들은 그 자리에 끼지도 못했고 말이다. ‘손흥민’ 선수와 K리그 선수 정도, 혹은 ‘박찬호’ 선수와 KBL 소속 선수 정도의 격차가 난다면 모를까 비슷한 실력을 갖춘 선수 중 ‘굳이’ LPL 선수를 선택한 이유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버젓이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대한민국 e스포츠 기여도’까지 명기한 협회에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23시즌 롤드컵 또한 T1이 차지하며 국가대표에 뽑힌 JDG 선수들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심지어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새로운 규정이 추가됐다. 앞서 언급했던 2024 KeSPA컵을 LOL 종목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지표 검토 대회로 활용하겠다고 한 부분이 그것이다.
24년 7월의 한국e스포츠협회 발표에 따라 지표 검토 대회를 최소 1회 이상 참여한 선수에 한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도록 규정이 변경됐다. 덕분에 KeSPA컵의 경우 대부분 2군 선수들을 주력으로 내보내는 상황에서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이 있는 주전 선수들은 모두 참여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로스터로 경기가 진행됐다.
일부 주전 선수의 경우 단 한 경기만 참가하고 다음에는 출전하지 않는 양상이 나오기도 했다.
어찌 보면 상당히 치졸한 기준이기도 하다. 굳이 26년 열리는 대회의 선수를 뽑는데 24시즌 KeSPA컵에 참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심지어 예의상 한, 두 경기만 참가한 선수들의, 그것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오프시즌 데이터가 선별 과정에 도움이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LCK 리그 데이터가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사실상 라이엇 게임즈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LOL의 경우 KeSPA의 파워가 크게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나온 일종의 ‘무력 시위’라고도 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의 대표 선발을 KeSPA가 전권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팀이나 선수들이 ‘알아서 기라’는 압력이기도 하다. 그냥 대회를 진행하다가는 2군 선수들이 주축인 B급 대회가 될 것 같으니 나온 무리한 행보라고 할까.
결국 상위급 선수들이 KeSPA 주관의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하라는 메시지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당 대회에서의 데이터를 대표 선별에 사용한다는 자체가 넌센스다. 만약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가 이러한 KeSPA 주관 대회에서 신들린 활약을 한다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까. 반대로 '쵸비'같은 선수가 KeSPA컵에서 역대 최저의 경기력을 보였다고 선수 선발에 1%라도 영향이 있을지 궁금하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국가대표로 발탁되기 위해, 그리고 혹 금매달을 획득하게 되면 병역 면제 혜택까지 있다 보니 저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다. 당연히 팀 입장에서도 선수들을 위해 협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그래서 이번 국가대표 선발은 어떻게??
그렇다면 과연 이번 아시안게임 LOL 국가대표 선수 구성은 어떻게 진행될까.
선수 선발 권한이 있는 KeSPA는 최근 2년간의 활약을 기준으로 KeSPA만이 알고 있는 집계 방식을 사용, K/D/A 및 국제전 성적, 그리고 올프로 선정 등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점수를 합산하여 선수를 선발한다는 방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표 검토 대회’의 참석 여부도 필수로 포함된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은 이 기준으로 진행됐고, 이번 대회 역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별도로 나온 정보도 없으며, 이번 국가대표 선발 과정 역시 투명하게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다. 주관 자체도 KeSPA다 보니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로스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단, 예외 규정이 존재한다. 해외구단 소속 선수들은 지정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이스포츠 경기력향상위원회 심의를 통해 예외를 인정’ 한다는 부분이다.
이러한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심의라는 것은 말 그대로 기준이 모호하다. 결국 해외파 선수들은 굳이 시간을 들여 KeSPA컵 같은 대회에 나가지 않아도 국가대표로 선발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은 강제로 참가해야 하는 이상한 ‘역차별’이 만들어졌다.
KeSPA컵을 지표 검토 대회로 활용한다는 결정이 얼마나 졸속 행정인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만약 이대로라면 국가대표는 순수 LCK 소속 선수들로 채워져야 하는 것이 맞다. 아니면 그만큼 해외 선수들에게는 산정 시 패널티를 부여해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은 두 가지 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10명의 선수를 뽑아 이들이 자체 평가전을 치루며 최종 6인을 뽑는 형태를 기획했지만 대회 연기 등 여러 문제들이 겹치며 결국 6명의 선수들을 점수 선출에 근거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번 대회의 경우 이러한 평가전 형태로 선발할지, 아니면 임의로 만든 점수 시스템에 따라 최고점 선수를 확정하는 방식을 진행할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갑자기 ‘공정하게 점수를 기준으로 선별했습니다’ 하고 로스터를 들이미는 것 보다는 기존의 초안처럼 2배수, 적정으로는 3배수를 선별해 합숙하며 경기를 치루고, 팀 시너지까지 고려해 최종인원을 선발하는 것이 훨씬 투명하고 더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선수 선발 시기에 있어서도 어떠한 방식을 사용하던 올 시즌 안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내년 LCK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정확한 일정 파악이 어렵기는 하지만 만약 올해와 비슷한 흐름으로 간다면 사실상 시간 여유가 많이 남는 구간은 롤드컵이 끝나는 11월부터 내년 LCK컵이 시작되는 1월 중순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상위권 팀에 있어 각종 대회 플레이오프 및 국제 대회에 참가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각 대회 사이 사이 간격이 거의 2주 정도에 불과하고, 그 시간마다 합을 맞추기에는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제대로 된 합을 맞추기도 어렵다.
심지어 새로이 EWC가 추가되고 시즌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사이에 아시안게임이 위치하는 상황이 되면서 더더욱 내년 일정이 타이트해진 상황이다.
현재의 EWC도 일정에 어거지로 포함된 양상인데 내년에는 아시안게임까지 포함된다
물론 결국은 KeSPA가 하고자 하는 대로 진행될 부분이지만 현재로서는 아시안게임 선발전이나 여러 부분을 고려할 때 최대한 로스터를 늦게 짜서 좋은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 보다는 현재 기준으로 빠르게 대표를 선발하고 합을 맞추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가로 2배수로 후보를 빠르게 확정한 후, 지속적으로 합을 맞추다가 내년 봄 정도에 최종적인 로스터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사실 이 방식이 최적의 팀을 구성하는데 가장 효과적이기는 하다. 팀웍도 좋고 최적의 조합을 찾기에도 용이하다. 해당 시점에서 폼이 좋은 선수를 선발할 수도 있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고 말이다.
다만 이 경우는 최종적으로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선수들의 희생이 클 수밖에 없고, 그만큼 다수의 선수들이 과부하에 걸리기에 시즌 경기력에 영향이 가는 문제가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포함된 팀의 경우 리그 성적이 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어쨌든 국가대표의 선정은 빠를수록 좋다. 지금이 9월이고, 앞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고 해서 여유를 부릴 만한 상황은 아니다.
올 시즌에도 느꼈겠지만 정규 시즌이 시작되고 현재까지 상위권 팀들은 쉬는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상위권 팀들은 각 리그와 대회, 플레이오프 일정 간에 쉬는 시간이 한주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국가대표들은 대부분 상위권 팀에 속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제대로 합을 맞출 만한 시간은 아시안게임 직전과 정규 시즌 전의 약간의 시간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실상 대회 직전은 다양한 요소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활용되기에 최대한 빠르게 로스터를 확정하고 올 시즌부터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