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스트랜딩2, 택배로 이만큼의 감동을?

샘 포터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2025년 06월 26일 15시 46분 09초

Should We Have Connected?

 

우리는 과연 연결해야 했을까?라는 말은 '데스 스트랜딩2:온 더 비치'의 출시 전 트레일러, PS5 로비 화면 등에서 꾸준히 던져지는 게임의 핵심 메시지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택배 배송이라는 어찌 보면 심심해보이는 소재를 가지고, 단순해보이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는 데스 스트랜딩의 속편을 26일 정식으로 선보였다.

 

플레이어는 다시 한 번 샘 포터 브리지스가 되어 새로운 무대에서, 전편에서 이어지는 연결이라는 주제를 더욱 깊숙하게 파고들며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리뷰는 약 30시간 내외의 분량인 메인 임무 28 이후의 엔드 컨텐츠 구간까지 포함하는 중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 보다 세련된 연출과 오마주

 

데스 스트랜딩2:온 더 비치는 전작의 핵심 주제인 연결을 연출적인 면에서도, 이야기 측면에서도 활용한다. 단순한 측면부터 보면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주역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기도 하고 전작의 장면을 그대로 오마주하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중 연출의 오마주는 이야기의 키맨 중 하나인 닐 바나가 등장하는 장면들에서도, 그리고 최후반부 보스와의 싸움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진다. 특히 닐의 등장 연출이나 최종보스전의 연출이 그렇다.

 

보다 세련되게 향상된 연출은 게임의 인트로부터 맛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영화적 연출은 물론 데스 스트랜딩2:온 더 비치란 이런 게임이다라는 지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이후로도 각 장면이나 상황들의 연출은 게임의 분위기는 물론 플레이어의 몰입감도 조절해가면서 전작보다 더 능숙하게 작품을 수놓는다. 느닷없이 웃음을 주는 장면이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런 요소는 클리어 이후에도 다시 보고 싶은 각인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한다.

 


 


클리프 등장의 오마주인 이 구도는 여러 번 나오니 약간 무대 준비하는 아이돌 포지션 같기도


미스터리한 서브 퀘스트의 연출도 좋다

 

■ 샘의 외롭지 않은 치유여행

 

이야기의 측면에서는 이 연결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다시 파고든다. 샘은 전작의 사건을 거치면서 더욱 관계의 연결이 깊어졌다는 것을 초반부터 느낄 수 있다. 이는 전작의 샘이 처음엔 대인접촉기피로 인해 상담을 받던 과거가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루와의 생활, 데드맨을 대하는 모습 등은 꽤 격세지감을 느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 작품에서는 샘의 여행이 한결 외롭지 않게 됐다는 점도 좋았다.

 


 

 

 

드로브리지의 함선 마젤란에 승선한 뒤로 샘은 점차 동료들을 늘려가고, 이들과 함께 계획을 수립하거나 의논한다. 물론 밖을 돌아다니며 배송을 하는 동안은 여전히 포터인 샘 혼자 힘을 내야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에 다다를수록 이들의 연결은 더욱 견고해진다. 클라이막스에 접어들면 현실 세계와 해변 양쪽에서 모두 샘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마젤란에서 함께 하는 이들은 DOOMS 보유자로 전작보다 더욱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늘어 시각적으로도 흥미를 이끌어낸다.

 


 

 

 

해변 점프를 하기엔 부담이 커진 프래자일은 대신 목에 손을 걸치고 있으며, 레이니는 인접한 주변 지역에 비를 내려 다시 생명이 피어나게 한다. 마젤란의 선장 타르맨은 잘린 타르 손을 사용해 마젤란을 타르 속에서 운행할 수 있게 하고, 그의 애완 고양이는 타르에 뒤덮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형의 몸에 영혼인 카가 들어간 돌맨이나 심장이 멈췄다 부활하는 하트맨, 만지는 것의 시간을 가속해 썩어버리게 하는 투모로우, 마네킹에 홀로그램으로 만화같은 표정을 투영하는 찰리까지.

 

귀환자인 샘을 포함해 마젤란의 이들은 마치 공상 장르의 능력자와 같은 이미지를 가져 일견 대단한 존재처럼 보이나, 동시에 보통의 인간들처럼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아픔은 드로브리지 소속으로 오스트레일리아를 연결하는 여정을 거치며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조금씩 치유해나가는 느낌이다. 실제 이들의 모습은 좋은 친구이자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플레이하면서도 웃음을 짓게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인지, 엔딩 이후의 자유 행동 에피소드에서는 이런 동료들과의 만남을 사실상 마음대로 가질 수 없다는 점이 더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트맨이 너무 반가웠다

 

■ 더욱 확장된 연결

 

전작의 메시지인 '연결'을 택배라는 게임의 시스템을 활용해 풀어나간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근본적으로는 배송을 통한 연결을 해나간다. 짧은 분량이지만 초반부엔 멕시코를 연결하고, 곧바로 본론인 오스트레일리아를 연결하는 여정을 거치게 된다.

 

서두에서 이번 작품은 우린 연결했어야 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고 말했다.

 

물론 게이머의 입장으로 보면 그 답은 무조건 YES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호시노 겐의 음악을 좋아하니 링 디바이스에 실린 뮤직플레이어로 끊김 없이 곡을 들으려면 카이랄 네트워크가 전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코핀 보드를 타고 쾌속으로 편리한 배송을 하기 위해서도 카이랄 네트워크가 전부 연결된 쪽이 편하다.

 


 


연결하면 보상도 주는데 어떻게 참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코핀 보드가 꽤나 물건이다. 카이랄 결정을 사용해 살짝 부유한 상태로 빠르게 탈 수 있는 보드인데다 물 위는 더 빠르게 날 수 있어 좋았다. 위기 상황에는 발각되기 전에 관 안으로 들어가 숨거나,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누가 접근하면 충격을 줘서 방어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부유한 상태인데 추락으로 인한 화물 피해를 입는 건 좀 의아하지만, 그 피해까지 없으면 좀 사기적이니까…….

 

하지만 스토리에서는 1편부터 익히 봤던 산악 지형부터 무덥고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이나 눈으로 뒤덮인 드높은 설산, 드문드문이긴 해도 숲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 등 다양한 환경을 평지와 험지 가리지 않고 배송하며 힘겹게 연결의 여정을 이어가면서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연결된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야기에서는 그 연결의 주체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우리는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의 질문은 결과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또 다른 답을 맡긴다. 시스템상으로 엔딩 이후 플레이의 난이도 조절을 위한 선택을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최후반부의 선택에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데스 스트랜딩2:온 더 비치는 이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모든 면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스토리 컷신 배분의 경우 전작이 하나하나 너무 길다는 평을 받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상당부분 개선됐다. 이야기 전개상 복선을 초반과 중반에 깔아두고 후반에 전부 터뜨리는 스타일이라 후반부 컷신이 길어진 건 이번 작도 동일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가끔 마이너한 코드의 장면들을 빼면 몰입감이 상당히 높다. 거기에 저런 장면들도 완급조절을 해줘 피로감도 덜하다.

 


그래서인지, 메타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전작보다 더 밉상인 힉스

 

또, 게임 플레이에서도 기존 장비들이나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서 장비 자체의 성능은 물론 새로 각 분야를 서포트하는 퍽을 활성화해 배송과 전투 등에 편의성을 크게 끌어올려 쾌적함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스켈레톤을 장착하고 배터리가 있는 상황이면 중심을 잃지 않도록 지원해주는데 이로 인해 정말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넘어지는 일이 없어 가끔 다른 곳을 보며 배송하기도 가능했다.

 

새로운 장비나 무기들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앞서 언급한 코핀 보드는 물론이고, 대형 BT를 포획해 아군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척물 등 재미있고 효과도 좋은 것들이 많아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는 기분이다. 이와 함께 인간이나 BT, 그리고 고스트 메크와의 전투 등 싸울 수 있는 비중도 늘어서 경로를 선택하는 재미가 있었다. 기자는 BT는 여전히 영 껄끄러워서 어지간하면 피했지만 인간과의 전투는 피하지 않았다.

 

사실 체감상 BT와 필연적으로 조우하는 비중보다 인간과 조우하는 비중이 더 커진 느낌도 있다.

 


게이트 퀘이크로 유발된 눈사태는 위압감이 엄청나다

 


새로운 위협요소로 카이랄 생물들도 있다

 

듀얼센스 컨트롤러는 이번에도 몰입감을 극대화해주는 방향으로 적극 이용했다. 양쪽 트리거를 통해 플레이어 자신이 샘이 되어 짐을 들고 있는 가방 끈을 쥐는 일체감을 느끼게 하고, 햅틱 사운드를 통해 샘이 지금 걷고 있는 장소의 환경을 보다 몰입감 있게 전달해준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자갈 밭을 걸어도 샘이 있는 곳이 내가 있는 곳이다.

 

이야기는 정말 후반부에 카타르시스가 몰아치는 전개를 준비해뒀다. 기존과 동일한 메시지를 다른 방향에서 조명하는 것, 새로운 등장인물과 과거의 등장인물을 적극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 등은 1편과 2편에서 쌓아올린 모든 포석을 한 방에 터뜨리고 후반의 뜨거운 전개와 함께 이야기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해변에서라는 부제에 걸맞게 해변의 임팩트가 대단했다

 

엔딩 크레딧 이후 또 다른 기대감을 품게 만들지만 우선 지금 당장은 샘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진정한 의미로 마무리되어 잔잔한 여운까지 남아 스토리가 끝난 이후에도 오스트레일리아와 멕시코를 좀 더 거닐고 싶도록 만든다.

 

이런 이유로,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고 요약을 봐도 진행에 문제는 없지만, 개인적으론 더 큰 감동을 위해 전작을 해보고 플레이하는 것을 더 추천하고 싶다.​ 

 

한편, 이번 작품은 은근히 규모가 있는 도시와 시설을 여럿 볼 수 있는데 야경은 감상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 안에 들어가볼 수 없는 시스템상의 한계가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동물을 구조해 반환하면 해당 쉘터 마당에서 자신이 구조한 동물과 다른 플레이어가 구조한 동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멀리서 저런 게 보이는데 안 가보고 싶겠냐고요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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